유가 폭풍과 인플레이션의 반격, AI 자본 병목 속 반도체 시장의 진실이 가려졌던 한 주

소식모음 // 2026년 10월 19일 작성

한 주 사이에 또다시 중동발 지정학적 화약고가 재점화되고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요동쳤다. 잠잠하던 인플레이션도 다시 고개를 들며 글로벌 채권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동시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쏠렸던 인공지능(AI) 생태계는 '자본 조달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며 냉정한 수익성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간단히 정리해 봤다.

에너지와 금융 그리고 반도체
에너지와 금융 그리고 반도체

불타는 호르무즈와 흔들리는 유가, 트럼프의 에너지 외교 셈법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등 항법 시스템을 끄고 운항하는 선박을 '적대적 목표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10월 11일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해역에서 유조선 4척과 컨테이너선 1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되고 소하르 정박지의 유조선이 드론 공격을 받는 등 하루에만 선박 6척이 공격에 노출됐다. 이어 16일에는 오만해 금지 구역을 통과하던 유조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17일에는 초대형 유조선 2척이 기뢰와 충돌해 폭발하는 사건까지 잇따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역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과 공항을 공습한 데 이어, 12일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탄도미사일로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13일에는 사우디 동부 다란에 위치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본사 행정건물까지 피격되어 화재가 발생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아덴의 대통령궁 단지 내 사우디 군사작전 본부를 미사일로 타격하는 한편,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국 시설에 보복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이란의 핵심 에너지 및 핵 시설을 겨냥해 비핵 폭탄 중 가장 파괴력이 큰 초대형 폭풍 폭탄(MOAB)을 사용하는 타격 계획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지정학적 충격으로 골드만삭스는 12월 브렌트유 선물 목표가를 기존 배럴당 85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WTI 가격 역시 81달러로 높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나마 사우디는 호르무즈 봉쇄 위험에 대응해 동서 송유관 펌프장을 개보수하고 가스관을 개조하여 2~3년 내 우회 송유 능력을 하루 1,000만 배럴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은 희망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경유 2,000만 배럴을 포함한 비축유 1억 배럴의 신속 방출에 합의하며 유가 안정에 나섰다.

국내 정유 및 화학 업계에서도 '11월 위기설'이 대두되었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10~11월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100% 이상 확보하여 공급 차질 우려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국내 석유 최고가격 또한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5개월 연속 동결 조치했다.

복잡한 중동 전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각적인 돌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부문 즉시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를 공식 수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공습이 지속될 경우 맞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실질적인 휴전은 불투명한 상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유가 안정을 이유로 러시아산 경유 30만 톤 수입을 발표하고 의회 제재법의 시행을 면제했으나, 해당 물량은 전 세계 하루 소비량에 비하면 극소량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서의 대규모 석유 및 광물 탐사 착수를 예고하고, 대만의 44억 달러 투자가 포함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출범을 공식화했다. 다만 한국의 500억 달러 투자 발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 검토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트럼프' 중이다.

인플레이션의 역습과 채권 자경단의 귀환

미국의 9월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단숨에 꺾어놓았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며 전망치를 상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전년 대비 6.3% 폭등하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용 지표 역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19만 9,000건으로 견조하게 유지되며 경제 전반의 과열을 시사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경고음도 커졌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유가상승뿐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첨단 부품 가격 상승 등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므로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CPI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뚜렷한 물가 안정 신호 없이 금리 인하 경로로 복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연말 통화정책에 대한 예단을 거부하면서도 AI 투자가 경제 전반에 강력한 수요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프랭클린템플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미국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이 연말 각각 25bp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캐나다와 인도 중앙은행 역시 유가 충격에 대응해 긴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스왑시장에서도 향후 6개월간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확률을 70%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채시장에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응징하려는 것을 비유하는 '채권자경단'의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첫 타깃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3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가 150bp를 넘어서며 10년 전 재정위기 수준을 초과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치적 분열로 인한 재정 감축 실패 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탈리아 역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8년 1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설문조사에서는 유수 경영대 교수진의 70%가 최근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의 주원인으로 각국의 재정 전망 악화를 지목했다. 미국 재무부 또한 장기 조달 비용 부담으로 인해 20년물 국채의 발행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며 채권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자본시장 대가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는 정부의 국채 발행과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이 겹치면서 2027년 순부채 공급 규모가 4조 4,000억 달러까지 폭증해 채권금리를 끌어올리고 자산 가격을 짓누를 것이라 경고했다. 반면 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연준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통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장기금리의 통제 불능을 막아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을 내놓았다. 유가 급등은 미국 정치 지형까지 뒤흔들어 골드만삭스는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선 휘발유 가격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 확률을 65%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으며, 이는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증폭시키는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AI 산업의 명암: 장밋빛 환상에서 '자본 비용'의 냉혹한 현실로

AI 산업이 모델 개발 경쟁에서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구축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산업의 최대 제약 요인이 칩 공급에서 '자본 조달 비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혹 탄 브로드컴 CEO와 립부 탄 인텔 CEO는 입을 모아 컴퓨팅 수요가 폭발하더라도 고금리 환경에서 천문학적인 자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AI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혹 탄 CEO는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일확천금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행태를 카지노 도박에 비유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거물 폴 튜더 존스 역시 2027년 증시가 AI 설비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기업들의 추가 증자와 대규모 IPO 물량으로 인해 2002년 이후 최악의 수급 불균형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인 코어위브(CoreWeave)의 2032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 100달러당 77달러대까지 폭락하며 수익률이 14.8%로 치솟아 사실상 부실 채권 영역에 진입했다. 코어위브가 보유 칩을 담보로 보험사 대출까지 추진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나서 코어위브의 재무 구조가 매일 개선되고 있으며 지원이 필요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없이 높은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퇴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역시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수주잔고 상당 부분이 적자 상태인 스타트업에 묶여 있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유사한 신용 집중 리스크가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AI 수익성에 대한 잣대도 한층 엄격해졌다. 메타(Meta)가 야심 차게 공개한 차세대 에이전트 AI '뮤즈 원더(Muse Wonder)'는 사용자당 월간 추론 및 운영 비용이 37달러에서 최대 130달러에 달하는 반면, 아마존과 넷플릭스 등 주요 플랫폼의 크롤링 차단과 저조한 이용자 수로 인해 수익화가 2027년 이후로 지연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나왔다. 앤트로픽(Anthropic) 또한 3분기 매출 168억 달러를 기록해 IPO 시가총액 2조 4,000억 달러 달성 기대감을 모았으나, 직전 분기 146%에 달했던 매출 성장률이 45%로 급격히 둔화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자체 현금 창출력을 갖춘 빅테크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 AWS는 연간 환산 매출 1,700억 달러와 37%의 견조한 성장률을 달성하며 AI 인프라의 수익성을 증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추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년 기가와트급 규모의 자체 칩 'Maia 300' 배치를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와 시스코는 레인당 400Gb/s 속도를 지원하는 초고밀도 광 모듈 규격 'USFP'를 전격 공개하며 AI 데이터센터 연결성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UBS 등 투자은행들은 향후 AI 투자의 무게중심이 단순 인프라 구축 기업에서 AI를 활용해 실질적인 마진을 개선하는 기업과 전력 및 핵심 인프라 자원을 장악한 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패권 격전: TSMC의 독주, 중국의 도발, 한국 메모리의 진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가 압도적인 실적으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TSMC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7% 급증한 7,630억 대만달러, 매출은 467억 달러를 기록하며 가이던스 상단을 대폭 초과했다. AI 하드웨어 수요 폭발에 힘입어 대만은 올해 총수출액 9,000억 달러를 돌파해 세계 5위 수출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며 1인당 GDP 역시 4만 5,000달러를 돌파해 한국과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첨단 패키징(CoWoS) 난도 증가와 HBM 고적층화로 인해 대만 ASE, KYEC 등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이유로 10~3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등 공급망 전반에서 가격 결정권이 대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한국 기업들이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는 4F²(포에프스퀘어)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며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글로벌 투자은행 CLSA가 CXMT에 대한 낙관적 커버리지를 개시하자 국내외 증시에서 기술 추격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의 양산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HBM이나 3D 적층과 같은 최첨단 영역의 추격은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들 역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CXMT가 실제 상용 수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물리적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는 심각한 밸류에이션 저평가에 직면했다. 10월 15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지수가 급락했고 연간 외국인 순유출 규모가 1,310억 달러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조기 완료함에 따라 수급 공백 우려가 커졌으며, 팰리서 캐피탈과 달튼인베스트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우선주 매입 및 소각을 압박받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기초체력이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한다. 삼성증권과 SK증권은 HBM 가격 프리미엄 지속과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확대로 메모리 제조사의 이익 방어선이 높아졌으며, 출하량 증가가 단가 하락 우려를 상쇄해 실적 가시성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 난야테크 역시 4분기 DRAM 판가 상승과 마진 개선을 예고했다. 비록 일론 머스크가 국내 메모리 제조사의 공급 단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마이크론을 치켜세웠으나, 업계에서는 최근의 주가 폭락이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과도한 심리적 공포와 수급 공백이 초래한 결과이며 매력적인 저가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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