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AI 우려 그리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던 지난 한 주
지난 한 주는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권 및 레버리지 위험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거세게 흔든 한 주였다.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지출(Capex) 대비 실제 수익화 속도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주식과 채권, 원자재 시장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리밸런싱과 자산 가격 조정이 전개됐다. 화려했던 'AI 무적론'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자금 조달 비용과 공급망 제약,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며 투자자들에게 엄격한 펀더멘털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흔들리는 AI 무적론: 천문학적 Capex와 신용 위험의 시험대
AI 인프라 투자 스토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연간 자본지출이 수천억 달러 규모로 유지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계에서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잉여현금이 점차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향후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실제로 메타(Meta)가 공개한 미래 지출 약정 규모는 8,250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메타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장 이후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브로드컴, 그리고 투자적격 최하단(BBB-)에 머물고 있는 오라클(Oracle)의 CDS 스프레드 역시 동반 확대되는 등 기술 대기업들의 부채 부담에 대한 채권시장의 경계심이 뚜렷해졌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토큰 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컴퓨팅 수요가 무한하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드 및 AI 데이터센터 업계의 자금 조달 압박도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네오클라우드 대표 주자인 코어위브(CoreWeave)의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며 기술주 전반의 투심을 위축시켰으나, 바클레이스와 블랙스톤 등은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의 재무 체력과 비교할 때 신용 스트레스는 일부 네오클라우드 업체에 국한된 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TS 롬바르드는 이번 AI 투자 붐이 투자의 절대적 급감 없이도 성장률 둔화만으로 밸류에이션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으며 기업들의 펀더멘털 실적이 확인되는 대로 우량 자산 중심의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반도체 패권과 공급망: NVHBM 동맹과 차세대 경쟁의 이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하드웨어의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합종연횡과 치열한 기술 경쟁이 동시에 펼쳐지는 모양이다. 가장 주목받은 소식은 삼성전자와 TSMC의 파트너십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맞춤형 메모리인 'NVHBM(7세대 HBM4E 기반)' 생산을 위해 베이스 다이(Base Die) 공정을 TSMC의 3나노 파운드리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엔비디아가 성능 일관성과 검증 부담 완화를 위해 주요 메모리 공급사에 TSMC 3나노 베이스 다이와 1c D램 코어 다이 적용을 요구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를 통한 턴키 방식 공급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해 유연한 협력 노선을 택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독일 베를린 GTC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AI 팩토리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장비 설치부터 토큰 산출까지의 기간을 1개월 수준으로 대폭 단축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2029년경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슈퍼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메모리는 다다익선이며 에이전틱 AI 시대로 갈수록 연산과 메모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다는 논리다. 아울러 트렌드포스는 서버 내부의 연산 처리 구조가 변화하면서 2027년까지 서버 CPU 출하량이 매년 30-40% 이상 급증할 것이며, x86과 Arm 진영 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맹추격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CXMT는 차세대 4F스퀘어 D램 구조를 공개하며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발 메모리 증산이 2028년경 심각한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견제구를 던졌으며, 마이크론 측은 4F스퀘어 구조가 공정 복잡성과 비용만 높일 뿐 실질적 이점이 없다며 독자적인 3D D램 개발 경로를 유지하겠다고 맞섰다. 한편 마이크론 대만 타오위안 공장 노조의 파업 결의와 TSMC의 비중국산 희토류 대체 공급망 확보 움직임 등 공급망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D램 현물 가격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협상력에 힘을 보태줄지도 모르겠다.
국경을 넘은 주주가치 논쟁: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철회와 거버넌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제도적 충돌이 최고조에 달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 나스닥 상장 추진을 두고 국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 신호와 주주들의 거센 반발, 그리고 최근 주가 급락세가 맞물리자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프리IPO 및 상장 검토를 공식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철회 결정이 지배구조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해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주주환원 확대를 향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대주주 절세 및 안정적 현금 유입을 고려한 배당 비중을 두고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지배주주 지분을 프리미엄을 주고 우선 인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에 대해 일반 주주 보호가 미흡하다는 5만 명 규모의 국민동의청원이 성립되며 전면 재검토 압박이 커졌다.
반면 주식시장 수급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시점과 맞물려 외국인의 수조 원대 투매가 쏟아졌고, 코스피는 단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고객예탁금 등 증시 대기자금이 수개월 새 30% 이상 급감하며 매수 여력이 고갈된 점도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신용융자 한도를 대폭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여담으로 금융당국이 고위험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의 해외주식 리워드 마케팅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안 마련에 나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과 미국 주식시장 어디가 더 변동성이 높은지, 어디에서 곡소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는지 금융당국에 진지한 물음을 보내고 싶다.
거시경제 충격파: 재정적자 폭탄과 중동 정세의 유가 압박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눈덩이 재정 부채가 글로벌 채권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약 2조 달러에 달하고 연간 순이자 비용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500억 달러를 돌파하자 피치(Fitch) 등 신용평가사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프랑스 역시 GDP 대비 부채비율이 119%를 넘어서고 정국 혼란과 파업 사태가 겹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유로존 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불안을 자극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시설과 공항, 동서 송유관을 겨냥한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2달러 선을 위협하는 등 대폭등 조짐을 보였다. 미국 중간선거와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외교적 협상 타결 카드를 저울질하며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비료와 운송비 증가를 거쳐 글로벌 식량 안보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국내 거시경제 환경은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 8월 선제적 연속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의 원화 강세와 달러-원 환율 하락에 대해 연초의 비정상적 고환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며, 수입물가 안정과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1,166억 달러를 기록해 독일과 일본의 합산 흑자를 넘어서는 등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경제 하방을 지지하고 있으나,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제한적인 불균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기타 단신
- 중국 딥시크(DeepSeek) 모델 업데이트와 미국 제재: 딥시크가 가볍고 빠른 업데이트 모델인 'V4.1-Flash-1017'을 공개했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국가안보 및 데이터 유출 우려를 이유로 연방 민간기관 시스템에서 딥시크 관련 일체 서비스를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 메타의 에이전틱 AI '뮤즈(Muse)' 약진: 메타의 개인화 AI 에이전트 뮤즈가 출시 후 누적 다운로드 1,000만 회를 돌파하며 일일 활성 이용자 수 250만 명을 기록한 반면, 챗GPT의 미국 내 다운로드는 전월 대비 25% 감소하며 경쟁 지형의 변화를 시사했다.
- AI 기반 PHP2셸 취약점 발견: 구글 알파벳 자회사 위즈(Wiz)가 인공지능 분석 도구를 활용해 전 세계 웹사이트의 다수가 사용하는 PHP 언어에서 메모리 관리 결함인 'PHP2셸' 취약점을 10년 만에 발견해 보안 패치를 촉구했다.
- 엔비디아 슈퍼컴퓨터 주피터에서 104큐비트 시뮬레이션: 엔비디아 연구진이 GH200 시스템을 활용해 하드웨어 노이즈를 반영한 내결함성 양자 컴퓨팅 시뮬레이션을 완료하고 매직 스테이트 증류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주식 무상 지급 및 합병 발언: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 어린이 약 7,200만 명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1주씩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간의 합병 검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 모더나 맞춤형 암 백신 임상 결과와 시장 반응: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맞춤형 암 백신이 흑색종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을 42% 낮췄다는 임상 데이터가 유출됐으나, 사전 기대감이 과도했던 탓에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 글로벌 자산시장 동향: 골드만삭스는 전력망 구축과 변전소 확충의 공급 병목을 지적하며 구리와 금의 장기 강세를 점쳤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67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며 평단가 8만 2,900달러 선에서 매집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한 주간의 시장 흐름은 자본비용이 상승하는 환경 속에서 기술 혁신이 직면해야 할 필연적인 성장통을 보여준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AI 인프라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매출과 생산성 혁신으로 입증되지 못한다면, 시장은 냉혹한 가치 재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과 단기적인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우량 기업과 한계 기업을 가려내는 건전한 옥석 가리기의 과정이기도 하다. 막연한 낙관이나 공포에 휘둘리기보다는 기업들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과 기술적 해자, 그리고 통화 및 거시 정책의 방향성을 차분히 추적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니까 이번 한 주는 제발...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