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좋아도 AI 회의론이 판을 치던 어이없던 지난 한 주
지난 한 주는 AI와 반도체 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실적을 숫자로 증명해 보인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천문학적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정면으로 충돌한 어이없는 시간의 나날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동결 속에서도 긴축 우려가 이어졌고, 중동 전운과 남미의 정권 교체, 그리고 금융권과 가상자산 시장을 강타한 대규모 해킹 사태까지 겹치며 정말 어지러운 한 주가 지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자.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대기록: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양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시장의 상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 3천억 원,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역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만 106조 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특히 HBM4의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하며 전체 HBM 매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2027년 HBM 공급 물량 역시 이미 전량 솔드아웃 되었음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 또한 3분기 매출 104조 6천155억 원, 영업이익 83조 3천338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80%라는 경이로운 수익성을 입증했다. HBM뿐 아니라 범용 D램 가격의 구조적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SK하이닉스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14곳과 LTA를 맺고 2029년까지 3년간의 D램 및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 되었다고 밝혔다.
생태계 전반의 낙관론도 이어졌다. 삼성전기는 AI용 MLCC와 FC-BGA 기판 수요 급증에 힘입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만 TSMC는 첨단 CoWoS 패키징 가격을 최대 20% 인상할 계획을 세우며 공급자 우위 시장임을 재확인했다. 마이크론 역시 고객사들과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고 2031년 공급 논의에 착수했으며, 샌디스크 또한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3% 급증하는 등 공급망 전반에 온기가 확인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삼성전자는 정확한 주주환원책 발표를 내년으로 미뤘다. 설마 증여 여기서 이슈가 또?
장밋빛 환호 뒤편의 그림자: 빅테크의 재무 부담과 'AI 고점론'의 격돌
반도체 공급사들이 압도적인 수익성을 과시하는 동안,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빅테크 진영에서는 막대한 자본지출(CapEx) 대비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한 모양이다.
알파벳(구글)은 3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03% 급증했음에도 전체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EPS는 26% 급감했다. 분기 자본지출이 5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4% 폭증하면서 FCF는 9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존 역시 AWS 부문은 선방했으나 전체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막대한 현금 소모를 감당하기 위한 차입과 증자도 잇따르고 있다. 메타는 AI 투자를 위해 최대 95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9년 만에 최소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동시에 연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오픈AI마저 시장의 투자 피로도를 감안해 신규 펀딩 목표액을 기존 3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이 티커명 'ANT'로 나스닥 상장 신고서(S-1)를 제출하며 IPO를 본격화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총부채는 62억 달러에 달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과 공급사 종속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팽팽히 맞섰다. 빅테크 소수 기업만 AI 과실을 독식하고 타 산업으로의 확산이 지체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고, 엔비디아 매출채권의 70%가 5개 기업에 집중된 구조적 위험의 경고도 있었으며, 영원한 숏충이(?) 마이클 버리 또한 AI 투자 비관론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 AI 혁명은 이제 겨우 10~20% 진행되었을 뿐이라며 반도체 고점론을 일축하는 의견도 있고, 컴퓨팅 인프라와 초지능에 대한 수요는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비가역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 구조적 성장에 무게를 두는 발언 등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10월 FOMC와 주요국 통화정책: 숨 고르기 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0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지난달 3년여 만에 25bp를 인상한 뒤 한 달 만에 속도 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활동 평가를 기존 '견조한(solid)'에서 '강력한(strong)'으로 상향 조정했다.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연율 3.4%를 기록하고,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19만 4천 건으로 견고한 고용을 나타낸 점이 반영됐다. 9월 근원 PCE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동결 결정에서 매파 성향의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리사 쿡 이사가 25b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이 특정 날짜나 단일 지표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내년 가을부터 정례회의 8회 중 1회를 금리 결정 없는 순수 전략 논의 회의로 전환하겠다는 조직 개편안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행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와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발언과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분석에서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내 및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정리되었다. 반면 무디스의 마크 잔디와 골드만삭스는 이미 국채 금리 상승이 시장을 충분히 긴축시키고 있어 연준의 추가 인상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도 뚜렷해졌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기준금리를 2.50%로 25bp 깜짝 인상했다.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면서도 물가 목표치 달성에 따른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반면 경기 둔화 방어가 시급한 중국 인민은행(PBOC)은 역레포를 통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국채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무역 갈등: 중동 전운 고조, 트럼프 관세, 브라질 금융 발작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상 분쟁은 공급망 불안을 부채질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 모양이다. 미군이 96시간 내 대이란 군사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은 자신이 원할 때 끝낼 수 있다며 군사적 타격과 협상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겠다고 압박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소와 리야드 국방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유조선이 기뢰에 피격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란 외무부는 외교적 해법을 위한 '7일 계획'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직접 대화설은 일축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으며, 골드만삭스는 정유사들의 보수 지연으로 인해 정제유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경고했다.
통상 환경 역시 시계제로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이 미국 산업을 이용하려 든다면 자동차 등에 최대 50%의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아메리칸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산업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에서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대선 결선에서 역전승하며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룰라 정권의 복지 확대와 재정 적자 악화를 우려한 금융시장은 즉각 패닉에 빠졌다.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이보베스파는 개장 직후 10% 폭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16%대로 치솟았으며 헤알화 가치는 12% 이상 폭락했다. 패배한 보우소나루 진영이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조작 의혹을 거들면서 정치적 혼란이 심화될 기미도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재정 불안 속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고, 영국 또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경제와 자산 시장: 사상 최대 수출과 자산 시장 양극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탄탄한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0월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은 1천152억 8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3.7%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만 두 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선 덕분이다. 올해 1~9월 대중국 수출액 역시 2천361억 달러를 기록해 중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에 올랐다. 3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1.0% 성장함에 따라 정부는 연간 3%대 중반 성장률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고환율 상황에서 내수 진작과 물가 안정을 위해 원화의 완만한 추가 강세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키움증권은 내년 초 반도체 수출 대금 환전으로 일시적인 원화 강세가 나타난 뒤 연평균 1,355원 선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바클레이즈는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호황이 전체 고용(2% 비중)으로 퍼져나가 민간소비를 극적으로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기도 했다.
자산 시장에서는 양극화와 관망세가 짙어졌다. 국내 증시는 거래대금이 수개월째 위축되며 증권주가 바닥권을 형성한 가운데, 반대매매 진정과 기업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기술적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9,000으로 하향하면서도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오름폭은 둔화된 모양이다. 대출 규제와 세제 압박으로 강남 3구 매물이 늘어나며 일부 단지가 조정을 받은 반면, 강북권 중저가 단지와 경기 동탄 등 남부권은 강세를 보였다고 한다. 정부는 수도권 인접지에 7만 6천700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추가 지정하고 강남권 위법 직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하기도 한 모양이다.
가상자산과 금융권을 덮친 전방위 보안 위기
지난 한 주는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와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침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주간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을 동원한 공격으로 불과 20분 만에 63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사상 최대의 해킹 참사가 발생했다. 온체인 이상 징후를 감지한 테더와 서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즉각 25억 달러 규모의 연계 자산을 동결하여 더 큰일로 번지는 걸 막긴 했지만 좀 늦은 모양이다.
자오창펑 창업자와 바이낸스 측은 고객 자산 전액 보상 방침을 밝히며 피해 자산의 90%를 보전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보안 분석업체들은 공격 배후로 북한 연계 조직을 지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배후가 확인될 경우 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해킹 충격과 연준 긴축 경계감이 맞물려 비트코인은 한때 8만 달러 선을 밑돌았다.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의 보안 인프라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었다.
- 국민은행은 기존 침해 사고 정밀 분석 결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2천210명으로 확대됐다.
-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해킹으로 고객 및 임직원 7천159명의 정보가 노출돼 공식 사과했다.
- 가상자산 거래소 프라뱅은 약 1억 원 상당의 자산 탈취가 확인되어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신증권, 롯데 계열 기프티엘, GS건설 입주민 커뮤니티 시스템 등 증권, 보험, 핀테크, 건설 전 분야에서 해킹 및 정보 유출 사고가 줄을 이었다.
AI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
기타 주요 소식 브리핑
- 한수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 협상 공식 종료: 한국수력원자력은 대우건설 및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하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 계약 협상을 계약조건 이견으로 공식 종료했다고 한다. 체코 원전 사업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분기 실적 쇼크: 방산 납품 일정 조정과 일회성 비용, 원화 강세 영향이 겹치며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급감한 4천520억 원에 그쳐 시장 전망치를 대폭 밑돈 모양이다.
- 퇴직연금 제도 대대적 손질: 정부는 체불 방지를 위해 2028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단계적 의무화하며,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IRP 위험자산 한도 확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 금융당국, 증권/운용사 현금성 마케팅 금지: 금융감독원은 거래실적에 비례해 현금이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보상형 이벤트를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왜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이벤트를 금지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
- 기업은행, 잔여 자사주 전량 소각: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2주를 전량 소각하며 10년 만에 보유 자사주를 0주로 만드는 모범을 보였다.
- 포항 AI 전용 데이터센터 심사 간소화: 정부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를 통한 포항 AI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재정 투자심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결정하려는 듯하다.
- 정부와 정치권은 당초 예정되었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또다시 유예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