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쓰나미의 역습과 AI 거품론의 충돌이 너무나 괴로웠던 지난 한 주
지난 한 주는 정치적 격변과 기술주의 극단적 변동성이 금융시장을 거칠게 뒤흔든 롤러코스터에 갇힌 것 같은 시간이었다. 미국 중간선거의 이변과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글로벌 자산시장은 전쟁통 한 복판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지난 한 주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정치적 지각변동: '블루쓰나미'와 백악관의 셈법
미국 정치 지형이 단숨에 뒤흔들렸다.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탈환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를 넘어 '블루쓰나미'가 현실화되었다. 공화당의 참패 배경에는 장기화된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누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마저 선거 패배의 주된 이유로 중동 전쟁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선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축하를 건네며 국정 협력 의사를 표명했으나, 동시에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남용할 경우 자신은 거부권을 적극 행사하는 '미스터 거부권(Mr. Veto)'이 될 것이라며 날 선 경고를 날린 모양이다. 당장 오는 12월 만료되는 임시 예산안 합의와 2027년 여름으로 예상되는 연방정부 부채한도 조정 문제는 행정부와 의회의 첨예한 벼랑 끝 대치를 예고될 것 같다.
월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단기적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하는 한편, 민주당 주도의 상원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행정부의 과도한 인사 개입을 차단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기도 했다.
공포에 휩싸인 빅테크: 데이터센터 규제와 AI 회의론의 충돌
미국 증시는 선거 직후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곧이어 기술주 중심의 무차별적인 투매 장세로 전환되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AI 인프라 확장에 가해질 잠재적 규제 리스크에 과하게 주목한 모양이다. 환경 영향과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증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공포가 너무 커졌던 것 같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네오클라우드 및 인프라 기업들이었다. 코어위브의 주식과 회사채는 규제 우려 속에서 연일 급락세를 나타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루 만에 12.25% 폭락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 이후 최악의 단일 낙폭이라고 한다.
이 같은 급락세 이면에는 단순한 정치적 규제 우려를 넘어, AI 산업의 근본적인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회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빅테크들의 부외부채성 약정이 4조 달러를 돌파한 반면, 일론 머스크는 최근 그록(Grok)의 운영 비용이 매출 대비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고 토로하며 비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도 불이 기름을 붓는 일이 된 것 같다.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Anthropic)이 3분기 170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233억 달러의 막대한 분기 순손실을 보고한 점 또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모양이다. 한편에서는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단속을 피해 오픈AI 모델의 증류 학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기업용 사이버 보안 시장으로의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조정이 기술 산업의 붕괴가 아니라 무분별한 과열을 털어내고 재무건전성을 다지는 건강한 숨 고르기 국면이라고 말이다.
한국 증시와 반도체: 실적 호조와 주가 급락의 괴리
미국발 기술주 충격파는 국내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게 당연하다. 코스피 지수는 한 주의 마지막 날 개장 직후 8% 넘게 급락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5,000선이 위협받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중간선거 여파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투자 위축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집중 매도로 이어진 결과로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주목할 점은 주가 하락과 기업 펀더멘털 간의 극단적인 괴리 같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소비자용 제품 가격이 1년 만에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AI 서버용 고부가 eSSD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내용이 계속 보일 뿐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이미 체결된 장기공급계약(LTA)과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해외 데이터센터 이전 전략으로 인해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 미치는 실질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는 모양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 등 내부적 방어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현 주가 수준이 공포에 의한 전형적인 과매도 국면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인 것 같다.
중동 전황과 글로벌 에너지의 긴장 국면
전쟁의 향방과 에너지 시장 역시 여전히 긴박했다. 중간선거 패배를 의식한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이란과의 잠정 종전 MOU 초안을 승인하는 등 협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국제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과 아람코 석유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란의 최종 합의 의지를 압박하기 위해 방공시설에 대한 제한적 군사작전을 단행하는 등 '대화와 무력시위'를 병행하는 등 트럼프는 여전히 트럼프 했다.
한편 OPEC+는 12월까지 기존 감산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정부는 다가오는 겨울철 유럽의 가스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망 재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가상자산 시장: 거래소 리스크와 정책적 완충
가상자산 시장은 대형 악재와 규제 완화 기대가 엇갈리는 복합적인 한 주를 보냈다. 이미 잘 알려졌지만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단일 사건 기준 사상 최대인 63억 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었다. 이후 출금이 재개되고 거의 바로 수십억 달러의 뱅크런성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대규모 선물 포지션 청산이 발생하는 불안한 상황이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7만 5천 달러 선까지 후퇴했다. 전통적인 10월 강세장을 뜻하는 '업토버' 랠리는 이미 무산되었다. 다만 마이클 세일러의 추가 매수 암시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쌓인 숏 포지션 청산에 따른 숏 스퀴즈 가능성은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 시점을 오는 2029년으로 2년 추가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과의 정보 교환 체계 구축 시점에 맞추고 거래소 현장의 준비 상황을 감안한 실용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럴 거면 지금껏 왜 꼭 할 거라는 말을 해왔는지 '역시 시장 간 보기였나'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매크로 지표: 견고한 고용과 연준의 딜레마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연준의 셈법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9월 구인 건수가 반등한 데 이어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역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견고한 노동시장은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함을 방어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연은 총재들은 여전히 높은 헤드라인 물가를 지적하며 추가적인 긴축 기조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할 수 있다는 매파적 경고마저 나오기도 했다. 머니마켓에서는 단기 유동성 지표가 상단으로 튀어 오르는 등 불안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향후 연준의 지급준비금 관리 정책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모양이다.
주요 단신 및 기타 동향
- 한국 9월 경상수지 흑자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를 둘러싼 '주변인은 중국 스파이' 루머와 메디슨 황의 방한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3주 연속 둔화되었으며, 분양전망지수 역시 대출 규제 여파로 한 달 만에 부정적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 금융감독원은 채권형 ETF와 MMF의 불건전 자전거래 실태를 지적하며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고강도 점검을 예고했다.
- 국내 증권 유관기관들은 해외 추세에 발맞추어 주식 결제주기를 기존 T+2에서 T+1로 단축하기 위한 2028년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2주 전 사업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깜깜이 주총을 개선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 개정되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집단의 공시의무 반복 위반에 대한 과태료 가중 비율을 최대 50%까지 대폭 상향했다.
-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금융사에서 외부 해킹으로 인한 고객 및 임직원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금융사 해킹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 반도체 광통신 기업 마벨(Marvell)은 루멘텀(Lumentum)을 1,150억 달러에 인수하며 AI 연결 시장의 공급망 통합에 나서는 모양이다.
-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는 제조 비용 상승을 이유로 2027년 적용 예정인 가격 인상 계획을 대리점에 전달했다고 한다.
- 삼성디스플레이는 원가 상승이 아닌 시장 가격 통제를 목적으로 고객사에 OLED 패널 공급가격 인상을 통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