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에이전트로 Gemini CLI도 제법 쓸 만했다

AI, Emacs // 2026년 06월 19일 작성

터미널 기반 에이전트로 Gemini CLI를 설치해 놓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자주 쓰지는 않았다. 애초에 쓸 일이 별로 없었기도 했지만 시험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해 버려 Gemini CLI가 직접 프로젝트 디렉터리를 삭제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에이전트도 쓰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때문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심심해져서 ~/.doom.d 디렉터리에서 Gemini CLI를 호출해 봤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기는 Emacs용 대규모 설정 패키지인 Doom Emacs의 설정 디렉터리다.

여기서 Gemini에게 뭔가 개선할 게 있는지 물어봤다. 특히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춰서 말이다. 참고로 대답을 한국어로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영어로 대답하니 혹시나 Gemini CLI를 사용한다면 프롬프트에 꼭 한국어로 대답해 달라고 요청하자.

Gemini가 Doom Emacs 설정을 분석한 모습
Gemini가 Doom Emacs 설정을 분석한 모습

개선할 사항을 찾아달라고 하니 정말로 납득되는 것들을 찾아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Gemini가 의도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던 것도 역시나 많았다. 꼭 있어야 하는 코드나 일부러 주석 처리해 둔 코드의 변경을 추천해 줬는데 물론 하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Gemini에게 변경을 멋대로 하지 말라고 하니 착 알아듣는 건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두 파일에 동일한 내용의 중복 설정 코드가 들어있는 부분 중 하나를 빼면 오작동하는데 이유를 분석해 달라고 하니 로딩 순서 사이에 뭔가 바꾸는 게 끼어있는 듯하다며 개인적인 생각과 비슷한 결론을 내줬다는 것에서 나름 신통함을 느꼈다.

그 후 이리저리 뭔가를 시도하다 결국 옛날에 넣어놓고 안 쓰는 기능까지 찾아줘서 이걸 주석처리하는 것을 끝으로 개선 작업은 끝내기로 했다.

이제 앞에 했던 건 잊어버리고 다른 걸 해보자고 했다. 컨텍스트를 잘 비워주는 것도 나중의 일을 좀 더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이어서 Gemini에게 글쓰기 용도로 사용하는 개인적인 Emacs Lisp 함수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Emacs Lisp 코드 작성 요청도 익숙하게 대응해 주는 모습
Emacs Lisp 코드 작성 요청도 익숙하게 대응해 주는 모습

그러자 정말 Gemini가 그럴 듯한 함수를 하나 만들어서 실제로 파일에 적용해 줬다. 심지어 의도대로 동작하긴 했다. Emacs Lisp은 분명 비주류 언어일 텐데도 알아서 잘 만들어주는 게 다시 생각해 봐도 대견하다.

단지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코드가 오작동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지적하니 바로 Gemini가 수정을 시도했다. 그 사이에 약간의 해프닝이 하나 있었는데 Gemini가 만들어 준 코드를 직접 멋대로 수정했다가 Gemini에게 문제를 고쳐달라고 하니 이 녀석이 자기가 작성한 코드를 못 찾고 좀 헤맸었다. 다만 몇 번 시도하다 안 되니 알아서 다시 파일을 통째로 로드해서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리숙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이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 같다.

일 처리하고 퇴근하는 신입사원?
일 처리하고 퇴근하는 신입사원?

전반적으로 시행착오가 좀 많았던 건 아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시행착오로라도 알아서 처리해 준 것만 해도 어딘가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Gemini는 요구했던 일들 중 할 수 있는 건 잘 처리해 줬다. 첫 시험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디렉터리까지 지우던 충격적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AI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직접 자료를 찾아서 코딩하는 게 더 빨리 끝났을지도 모르는 일을 맡겼었다. 하지만 직접 건드리는 것에 비해 모르던 방식으로 해결해 주는 것도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들고 공부도 되는 것 같아 장점은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코딩뿐 아니라 여러 용도의 에이전트로써 Gemini CLI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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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