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의 망한 리콜과 생애 첫 점검 그리고 날벼락
현대자동차에서 차를 구입하면 블루안심점검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1년 단위로 무료로 기본적인 자동차 점검을 받을 수 있으며 8회 차까지 제공된다.
이 블루안심점검을 까먹고 있다가 최근 갑자기 떠올랐다. 지금까지 별도의 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있고 거기다 조만간 애들 태우고 장거리를 뛸 예정이 있기 때문에 점검을 받아두면 좀 더 안심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떠오른 것이었다. 거기다 조금 더 타면 엔진오일도 갈아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편으로 리콜 통지서가 날아왔다. ccNC의 OTA 업그레이드도 리콜 통지서가 날아오기 때문에 또 OTA로 해결되는 리콜이려니 생각하고 한참 후에나 열어봤는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바로 전방충돌방지보조 기능에 문제가 있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으라는 리콜 통지였는데 이건 OTA로 안 되고 정비소에 가야 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급정거하는 등의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혹시 그 문제일까? 그렇다면 이것도 미리 처치되면 좋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이래저래 점검을 받을 적기였다
간단하게라도 점검을 받고 거기다 엔진오일도 갈면서 리콜도 한 번에 처리하는 매우 효율적인 일을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찬스가 다가왔다. 놓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딱히 점검을 받아본 경험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을 제외하면 없었기에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까마득했다. 그러다 갑자기 마이현대 앱이 떠올랐다. 아마도 여기에 정비 예약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마이현대 앱을 켜고 찾아보니 정비 예약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근처 블루핸즈를 찾아서 예약을 시도해 봤다. 세부 사항에서 딱히 리콜 선택지는 없었지만 블루안심점검과 엔진오일 교체를 선택했다. 그리고 기타 사항을 적는 란이 있어서 여기에 리콜 수리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은 왜인지 조마조마하다. 원래 이런 소심한 성격이라서 말이다.
리콜이 망했다?
수일 후 블루핸즈에서 전화가 왔다. 예약 확인 전화일까 싶었는데 갑자기 리콜이 망했다고 안 한다고 한다. 물론 실제 말투는 이런 건 아니지만 이게 좀 더 이해가 편할 것 같다. 어쨌거나 별도의 기사도 없고 공식 발표도 못 찾았지만 해당 리콜은 문제가 발견되어서 보류되었고 나중에 다시 통지가 갈 거라고 한다.
뭐 어떡할까. 리콜이 안 된다고 하니 일단 이건 빼고 해야겠지. 리콜 통지서가 두 차례나 날아올 정도로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줄 알았건만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리콜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세 개의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절묘한 찬스가 타의로 망가져 버렸기에 약간은 기분이 나빠졌다. 뭐 그래도 세 개 중 두 개는 남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예약 당일 드디어 점검을 받으러 갔다
드디어 예약 당일이 되었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에게 차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출발 전에 먼지도 털어주고 쓰레기도 치우고 청소기로 대충 바닥의 흙먼지도 좀 치웠다. 치웠어도 더러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낫겠지? 애들이 있으면 차가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투싼을 몰고 천천히 달려서 예약한 블루핸즈에 방문했다. 그런데 대기 중인 차가 엄청 많았다. 잠깐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도 차가 들어오고 운전자가 나와서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것을 수차례 봤다.
"난 예약했지롱. 안 기다려도 되지롱. 메롱 메롱"
물론 이런 말은 안 하고 그냥 구경만 했다. 자칫 이런 말했다간 다구리 당할 것 같이 차들이 계속 들어왔으니 분위기를 잘 살펴야 했으니 말이다.
잠시 후 차를 댈 수 있었기에 사무실에서 접수하고 고객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방문했던 블루핸즈 대기실은 정비하는 곳이 바로 보이는 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정비하는 곳을 바라보니 마침 내 투싼 하브가 난생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라가는 느낌으로 리프트에 놓여서 올라가는 게 보였다.
잘은 몰라도 아마도 엔진오일을 빼내려고 올리는 거라고 추측되었다. 오래된 엔진오일은 빼내야 새 엔진오일을 넣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정말 엔진오일을 빼내는 모습이 보였다. 빼내는 데 한참이 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참을 기다렸다. 이제 더 이상 오일이 안 나오는 것 같은데도 뭔가 변화가 없었다.
그냥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일이 생긴 건가?
문제의 날벼락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사분께서 나를 찾았다. 거기서 날벼락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저기... 여기... 오일이 세는데요"
엥... 엑?
직접 보니 엔진 하부의 덮개 쪽 볼트로 보이는 부품 주변에 기름이 묻어있는 게 보였다. 심지어 오일이 떡져 있을 정도로 꽤나 오래 새어 나온 것 같았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엔진오일 누유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니 말이다. 엔진오일이 부족해지면 엔진 과열로 주행 도중 멈추거나 심하면 화재가 났을 수도 있다. 엔진이 부서져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차량인 이상 조금의 이상도 문제가 된다. 그런데 엔진오일이 샌다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다행인 점은 구입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뭐든 보증기한 내라는 점이었다. 거기다 엔진오일과 관련된 부분은 10만 km까지 보증 대상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무상 AS가 가능했던 부분이다.
일단 조치는 간단했다. 덮개를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1차 처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후 좀 타보다 다음 점검에서 문제가 재발되면 그때 내부 부품까지 갈자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차는 당장이라도 써야 될 입장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은 힘들었다. 그래서 기사분의 권고대로 해달라고 했다.
누유가 있었던 부분을 일단 조치했다. 여기서 시간이 제법 걸렸다. 쇠로 된 케이스 같은 부품을 가져와서 주변을 조금씩 갈아내면서 차에 붙이고 볼트를 조이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조치 내용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엔진오일을 다시 보충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엔진오일이 새는 문제는 제조사 결함으로 인정되어서 AS가 되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체에 비용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엔진오일 교체 비용을 깎아준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 사이 결함으로 오일이 누유가 되었으니 당연히 보상해줘야 하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막상 들으니 다른 생각은 안 들고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블루안심점검은 꽤 괜찮은 점검 같았다
뭐 하여간 이후 블루안심점검이라는 기본 점검이 이어졌다. 아래와 같은 여러 항목이 있었다.
- 각종 오일 및 호스 상태
-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발전기 출력
- 엔진 구동 상태
- 엔진 냉각수
- 에어클리너 상태
- 하체 충격/손상 여부
- 브레이크 패드/디스크 마모/누유 상태
- 서스펜션 계통 누유 및 체결 상태
- 스테빌라이저/드라이브 샤프트 체결상태
- 엔진 변속기 마운트/응측수관 에어청소
- GDS 고장코드 진단
- 도어 개폐 시 소음
- 타이어 공기압 보충/마모 상태
- 공조장치 작동상태 및 항균 필터
- 각종 등화 장치 점등
내역이 적지 않다. 특히 몇몇 부분에서 양호 판정이 나온다면 상당히 안심이 될 것 같은 그런 항목들이다. 얼마나 꼼꼼하고 정확하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점검을 한 것과 안 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거다.
내 투싼하브는 거의 대부분 양호 판정을 받았다. 단지 에어컨 필터가 좀 많이 문제였다. 하긴 지금까지 한 번도 갈지 않았으니 뭔가 많이 끼어 있었겠지. 그리고 실제로 보니 아니 왜 거기서 에어컨 필터가 아니라 정화조 필터가 나오는 것 같냐 으으으...
결과적으로 에어컨 필터도 교체했다. 물론 이 부분은 교체 여부를 물어오니 더 저렴하게 구입해 둔 필터가 있다면 굳이 여기서 교체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에어컨 필터 교체는 아주 쉬우니 말이다.
그리고 결제의 시간
비록 엔진오일이 새는 문제로 엔진오일 비용이 할인된다고는 하나 에어컨 필터까지 갈아버렸으니 비용이 좀 나올 거다. 안 그래도 블루핸즈에서 교체할 때의 비용은 일반 카센터에 거의 배에 가깝게 비싼 편이다.
결제의 때가 되어 사무실에서 두근거리며 물어봤다.
"멤버십포인트로 결제되나요?"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굳이 블루핸즈에서 엔진오일을 교체하겠다고 한 이유다.
투싼을 산 뒤 알게 모르게 멤버십 포인트가 꽤나 쌓여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블루핸즈에서 엔진오일을 두 번은 갈 수 있는 정도였다. 이게 아니면 딱히 쓸 일도 없는 포인트가 괜시리 일도 안 하고 방에서 뒹굴고만 있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절반 가량의 포인트를 소모하고 실제로 결제한 비용은 0원이었다. 덕분에 엔진오일이 새는 문제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고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나 뭐라나.
결론
무료 점검이라도 해 준다면 꼭 받자
사실 블루안심점검은 이름만 보고 그다지 해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뭐 기본적인 것만 해주는 간단한 점검이겠지라며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최소한 차의 여기저기를 간단하게라도 살펴보면 큰 문제를 미연에 찾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거다. 모르고 계속 탔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좀 끔찍하기도 하다.
좋은 교훈을 얻고 덤으로 기분도 좋아졌는데 조금 더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좋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그나저나 리콜은 언제쯤 해결이 될까? 하다 못해 대충 일정이라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