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고 뚱뚱해지는 나와 날씬해지는 타이어
겨울이 다가오니 식욕이 폭발하고 결국 살이 통통 올랐다. 불어난 몸집에 뒤뚱 뒤뚱 거리며 애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열심히 차를 몰고 있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었다. 그 날 차 시동을 걸었는데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면서 클러스터에 이런 내용이 뜨고 있는 걸 봤다.
갑자기 뜬 타이어 공기압 경고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진 것이다. 온도가 떨어지니 기체 분자들의 진동이 줄어들면서 서로간의 거리 또한 줄어들며 결과적으로 공기가 더 압축된다. 공기들도 추우니까 서로 붙는 건가?
샤를의 법칙: 일정한 압력에서 기체의 부피는 절대 온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타이어 공기압이 실제로 줄어들어서 이런 공기압 경고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공기압이 얼마나 낮아진 것일까?
자동차 타이어의 실제 공기압 수치는 바로 표시되지는 않고 어느 정도 달려서 타이어 온도가 오른 후에야 수치가 측정된다. 타이어 자체도 온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주차장을 빙빙 돌았다. 그러자 잠시 후 아래와 같이 수치가 표시되었다.
잠시 달리니 측정된 타이어 공기압
결과로 나온 수치는 31 psi인데 이는 너무 낮다. 투싼(NX4 HEV PE 기준)의 경우 35 psi가 권장치이니 말이다. 이러면 연비도 나빠지고 제동 거리도 길어지고 타이어 자체가 파손될 위험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출렁임도 심해져서 뒷 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멀미를 하는 대참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를 더 찾을 수 있다. 좌측 앞바퀴가 상대적으로 더 저압이라는 것 말이다. 실제 공기압은 얼마였기에 저렇게 표시되었을까? 뭐 어쨌거나 이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았다. 예전에 공기압을 채웠는데 다시 빠진 경우처럼 그 타이어에 구멍이 났거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걱정이 끊임없이 커지는' 지병이 발동했다. 마침 조만간 장거리 운전을 뛰어야 할 일도 있었는데 달리던 도중에 타이어에서 사건이 터지는 것은 상당히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미리 처치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근처 타이어 전문 정비소를 수소문해 방문했다. 불행히도 사진을 못 찍었다.
정비소에서 정비사에게 증상을 간단히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는데 유독 한 타이어만 상대적으로 저압이라 펑크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이다. 정비사는 마지막 타이어 공기압 정비가 언제였냐고 물어봐서 작년이라고 대답했는데 정말 1년간 타이어 공기압 신경을 안 쓰고 살았으니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정비사는 더 이상 별 확인도 없고 이야기도 없이 갑자기 휙 돌아서서 무슨 소리를 한다. 그러더니 다른 정비사가 와서 묵묵히 타이어에 공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뭘까? 공기부터 채우고 확인하려는 것일까?
그 정비사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타이어의 공기를 채울 때 다시 한번 더 언급했다. 이 타이어만 유독 공기압이 낮은데 문제가 없을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별 문제 없을 거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유는 설명해 주진 않았지만 아마도 육안으로 별 느낌(?)이 없어서 직감적으로 판단한 듯하다.
잠시 후, 정비사는 공기만 다 채운 뒤 끝났다는 말을 남기고 쿨하게 사라져 버렸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잠깐 당황했지만 공기압만 채우는 건 서비스로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그냥 가려는 척만 해봤는데 아무도 뭐라고 이야기를 안 걸어주더라. 마치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듯이 앞에서 여러번 얼쩡거리며 '나 간다?'를 연기했지만 별 반응은 없고 심지어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 정도였다. 그러니 나도 쿨하게 무시하는 척하며 그리고 '아싸 공짜~'라고 즐거워하는 척하며 정비소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좌측 앞 타이어는 정말 문제 없을까? 약간의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타이어만 다시 공기압에 약해질 거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후 장거리 퀘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그 뒤로도 수일간 더 타고 다녔는데 해당 타이어에서 공기압이 유독 더 빠진다거나 하는 경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정비사의 말대로 딱히 문제는 없었던 게 맞는 듯하다. 하긴 정비 한두 해 한 사람들이 아닐 테니 말이다.
어쨌든 타이어가 빵빵하니 차가 통통 튀어다닌다. 액셀을 밟을 때 뛰쳐나가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경쾌해졌다. 하지만 타이어가 좀 더 단단해지고 주행 중 살짝 튀는 느낌이 나서 승차감은 나빠지고 아이들도 좀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역시 타이어도 저압이든 고압이든 적절한 수준을 벗어나면 좋을 게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귀찮아서 따로 공기압을 더 빼지는 않고 있다. 어쨌든 여기서도 '적당함의 저주'가 나오다니 이 저주는 역시 세상의 진리다.
다음 부턴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을 때 공기압이 낮아진다면 그냥 보유 중인 컴프레서로 적당히 관리해야 할 듯하다. 굳이 타이어가 비실거리는 상태로 정비소를 찾아가는 것도 불안한 일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공기압을 가득 채워놨는데 괜찮을까? 날씨가 풀리면 이제는 공기압이 너무 과해져서 문제가 될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도 겨울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나중에 불안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너무 살이 붙고 있는데 좀 걱정스럽다. 이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은 결국 계절이 바뀌어야 해결될까? 물론 그냥 의지의 부족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