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웹브라우저 전쟁: 파이어폭스 너 오랜만이다?

생활 // 2025년 12월 10일 작성

세상의 인터랙션 대부분이 웹 안에서 이뤄지는 이상 웹 브라우저를 고르는 건 일종의 전쟁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기도 한게 세상은 이미 크롬으로 천하통일이 되어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이너한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파이어폭스(Firefox)를 메인 브라우저로 세팅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참 오랜만에 켜보니 뭔가 많이 바뀌어 있어서 신선한 느낌도 있기도 했다.

오랜만에 켜본 파이어폭스의 상태가 특이하다 오랜만에 켜본 파이어폭스의 상태가 특이하다

이제 바닐라 파이어폭스에서도 세로 탭을 지원한다니 비영리 오픈소스로 개발되는 브라우저는 뭔가 자세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긴 하다.

이참에 그다지 더 쓸 말은 없으니 개인적인 브라우저 평가를 중얼거려 봐야겠다.

내 안의 각 브라우저 진영의 이미지

크롬(Google Chrome)

명실상부 전 세계를 거의 통일하다시피 한 브라우저계의 표준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크롬이다. 그래서 크롬을 쓰는 게 다양한 면에서 유리하다. 대부분의 웹 사이트가 개발되는 표준이기도 하고 확장도 다양하고 큰 불만 없이 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맥이 낡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상을 볼 때 가끔 끊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전체화면으로 보다 보면 가끔 심각하게 끊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빨리 브라우저를 끄지 않으면 맥이 얼어버리고 강제 리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까지 악화되는 문제를 수 차례 겪었다. 이 문제가 크롬을 당분간 멀리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CPU를 방에 가두고 혹사시키는지 늘 맥이 이륙 상태라는 것도 단점이긴 하다. 이대로는 우주까지 가도 계속 이륙할 모양새다.

그밖에 노트북 같은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쓰기에는 컴포넌트가 차지하는 영역이 커서 화면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 하는 단점이 있기는 한데 이건 상황과 취향의 영역이기도 할 것 같다.

어쨌든 거의 표준에 가까운 녀석이라 잠깐 외면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영원히 도망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크롬은 영악한 군주 혹은 악마와 비슷한 이미지다.

사파리(Apple Safari for macOS)

Apple에서는 아주 가볍고 빠르다고 그렇게 광고를 하는 사파리는 맥의 기본 브라우저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도 기본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맥 한정으로 이야기 한다.

뭐 가볍다고 광고하는 것 만큼 가벼운 것 같기는 한데 실상은 그냥 뭔가 엄청 답답하다. 안 그래도 로딩도 느린데 반응까지도 느리다. 어쩌면 늙은 맥을 혹사시키고 있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뭐 하여간 느리다. 크롬의 퍼포먼스에 익숙하다면 많이 답답할 것이다.

자체 번역 기능이 좀 독특한데 웹 사이트의 거의 모든 것을 번역해 버린다. 이미지 안의 글자까지도 말이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크롬의 번역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는 한다.

공식 자체 브라우저임에도 여러 이상한 문제를 자주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장 GPU가 달려있는 경우 전체화면 영상이 깜빡이는 이상한 버그가 있다. 그리고 가끔 사파리가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도 맥의 화면을 이상하게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화면이 망가졌을 때 리붓을 안 시키면 가끔 맥을 죽이기도 한다. 그래도 리붓은 되는 상태로 혹은 아예 알아서 리붓시켜 주기도 하는 건 크롬의 사례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코딩 외적인 개발 난이도 때문에 확장도 별로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확장 없다고 못 쓰는 것도 아니니 단점인가 특징인가 애매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퍼포먼스와 크래시 문제가 사파리를 메인 브라우저에 남도록 놔두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가볍고 가장 맥 스럽게 생긴 브라우저라 이상하게 종종 쓰게 되기도 한다는 특징은 있는 것 같다. 웹 브라우저 스샷은 역시 사파리가 가장 미려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힘 좀 내라 Apple!

정리하여 사파리는 갑옷 없이 무거운 도끼를 들고 다니는 몸매 좋은 미중년(?) 병사 같은 이미지다.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

위 두 브라우저도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파이어폭스도 오픈소스로 개발되는 브라우저다.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사기업이 아닌 비영리 단체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변화게 대해 보수적인 성향은 가장 덜하다는 느낌이다. 위 스크린샷 근처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예 세로탭이 기본 기능으로 들어온 것을 보면 말이다.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다. 사실상 크롬과 흡사한 퍼포먼스다.

거기다 확장 기능 면에서는 크롬에 앞서 있기도 하다. 아마도 파이어폭스가 크롬 보다 확장 기능을 먼저 지원했던 것 같다. 뇌피셜이지만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다만 메모리를 많이 먹는 것 같다는 단점은 여전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쓸 데 없이 계속 메모리를 먹어대는 일은 줄어든 것 같고 아예 설정에서 메모리 효율화와 퍼포먼스 사이의 경쟁 관계(?)를 설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최근 버전에서는 아직까지 치명적인 버그를 보지는 못 한 것 같다. 그저 가끔 뒷골목에 CPU를 끌고 가서 패는지 맥이 종종 이륙할 때가 있다는 점이 있다. 이 문제는 파이어폭스를 껐다가 다시 켜면 좋아지기도 한다. 애들 패는 애는 패는게 답이라는 걸까?

사파리처럼 자체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미지도 번역하는 등 기능 자체도 비슷하다. 오프라인 번역 등 온디바이스로 번역하기에 프라이버시 면에서도 안전하다고 광고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번역 퀄리티가 셋 중에 가장 엉망이라는 점 같다. 특히 일상 용어로 만들어진 제품명이 섞여 있는 콘텐츠를 번역하면 도저히 읽을 수가 없는 수준에 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 외에 요상한 버그로 유튜브 영상을 여러 탭에 띄워놓고 라이브 영상을 틀어버리면 다른 유튜브 탭 중에 하나가 영상이 플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특이한 버그도 겪고 있다. 다만 리프레시 하면 해결되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모질라 재단이 가끔 위태롭다는 소식이 들려서 과연 계속 써도 될지 의문이 들 때는 있다.

정리하여 파이어폭스는 튼튼한 갑옷을 입고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고 노련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용병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그래서 파이어폭스가 메인 브라우저가 된지 약 2주가 지났다. 큰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는 데다 세상에 "나 파폭 씀"이라고 소리 질러도 변태 소리 정도 듣는 것 빼고는 비난 섞인 목소리는 들리지는 않는 나름 평이 좋은 브라우저인 것 같기는 하다. 왜 이렇게 사용자가 적을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파폭을 좋게 평가하긴 했는데, 물론 나중에 큰 문제를 겪으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이 외에도 세상에는 많은 웹 브라우저가 있지만 굳이 요상한 추가 기능이 달린 브라우저를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외의 브라우저에는 정이 가지 않았다. 웹 브라우저는 이제 OS와 비슷한 '지원'의 영역에 위치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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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