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의 트러플 머쉬룸 와퍼: 와 버섯이다 으악 버섯이다

버거, 식사 // 2025년 12월 12일 작성

아이들의 돌림병(?)으로 한동안 자유가 없는 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침 오래 묵혀두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비밀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을 마치니 마침 점심 시간 이었고 주변에 햄버거 가게가 몇 있었고 마침 햄버거를 먹은지 좀 오래되었다. 그래서 어떤 버거 가게를 목표로 하여 걷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 목표했던 가게에 도착...하지는 못 했다. 추운 날씨와 횡단보도 신호의 방해공작(?)에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근처 버거킹에 방문하게 되었다. 어이없지만 길이 온통 그림자가 져있어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웠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버거킹에 왔는데 메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방문한 마당이라 뭘 주문해야할지 약간 멘붕이 왔다. 이때 키오스크에서 보이는 추천메뉴의 '인기' 딱지가 눈에 띄었다. 그 메뉴가 바로 이번 주제인 '트러플 머쉬룸 와퍼'다. 평소 같으면 잘 시키니 않을 '머쉬룸' 메뉴였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손은 카드를 넣고 있었다.

잠시 후 버거가 포장되어 나왔고 조심히 받아 눈이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지 않게 빨빨거리며 프로젝트 장소에 도착했다. 이상한 걸(?) 시키긴 했지만 오랜만의 버거라 기대가 일었기에 바로 포장을 풀었다.

오랜만의 버거킹 오랜만의 버거킹

풀어보니 이상할 것 없는 버거킹 다운 포장이 보였다. 특별히 기대할 것도 없었다. 세트의 다른 메뉴는 늘 같을 것이라 바로 버거 포장을 풀어봤다.

개봉 개봉

눈 앞에 왠 버거 색상의 떡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평소 같으면 저 비주얼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을 텐데, 다만 이번 만은 좀 예외였다. 열자마자 트러플의 향이 확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트러플의 독특한 향은 다른 모든 생각을 잠시 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도 잠시 후 정신이 들었다. 저 심각하게 망가진 듯한 비주얼은 상당히 흉하고 맛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바로 트러플의 감상 뒤에 바로 따라 나왔다. 그동안 모 수제버거의 쿨리티가 사람을 다 버려(?)놓은 모양이다.

원래 저렇게 생긴 걸까? 공식 사이트에선 어떻게 생긴 사진을 걸어 놨을까?

트러플 머쉬룸 와퍼 공식 홍보 사진 트러플 머쉬룸 와퍼 홈페이지 사진

그냥 다른 거네. 하아....

역시나 공식 사이트의 홍보용 사진과 비교하는 건 참 의미가 없다. 실제 버거는 절대로 꾹꾹 누른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납작할까? 다른 버거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버거를 납작하게 누르는 행위를 굉장히 혐오하는 사람이라 더더욱 그럴 이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사진과의 괴리에 황당함까지 느껴졌다.

뭐 그래도 이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현실임은 알고 있으니 크게 문제 삼기는 힘들다는 점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현실쟁이....

비주얼이 어쨌든 먹어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거다. 나름 깔끔하게 먹어지도록 노력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한 입 베어문 모습 한 입 베어문 모습

왜 한 입을 먹었는데도 속이 비어있는 것처럼 보일까. 사실 더 파먹어 들어가면 다양한 속재료들을 볼 수 있긴 한데 이 이상 먹은 모습은 역시나 그로테스크 하기에 올리기엔 부적절할 것 같다. 어쨌든 속재료의 배치가 부자연스러운 점도 분명 부정적인 요소다.

그래도 맛있으면 장땡이잖아?

그런데 맛을 느끼기 전에 또다시 트러플 향이 제일 먼저 치고 들어왔다. 강력한 한 방이다. 트러플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식재료고 지금껏 다양한 트러플이 들어간 요리들을 먹어봤지만 대체로 실망한 기억이 없다. 그런 의미해서 이 트러플 향 하나로 점수 하나는 먹고 들어가는 버거다.

하지만 역시 전반적인 퀄리티 자체는 좋게 보긴 힘들다.

패티는 전형적인 버거킹 패티다. 적절한 불향이 가미된 소고기 패티다. 다만 좀 눌리고 바짝 마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여전히 단점이다. 이 매장은 늘 이랬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원래 이런 건 아니길 빌 뿐이다.

야채 종류는 풍성한 편이다. 양상추에 토마토에 양파까지 들어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야채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양파와 양상추가 모두 조각 조각난 재료들 밖에 없었는데 이러면 먹기도 힘들고 식감도 형편 없어지기도 해서 부정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중반부터 치고 들어오는 버섯의 식감과 맛은 일반적으론 좋게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버섯은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씹다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버섯 식감을 좀 싫어하는 편이라 팽이버섯은 입에 대지도 않는 편이다. 그나마 느타리나 새송이 정도는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 식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향도 버섯 종류에 따라 썪은 걸레 냄새로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메뉴는 버섯이 메인 중 하나이기에 불만을 삼을 수는 없었다. 그냥 인기가 좋다는 문구에 시켜버린 작자 자신의 문제가 제일 컸다. 어이 잠깐 트러플도 버섯이다?

거기다 가격 면에선 특히 좋은 평가를 내리긴 힘들 것 같다. 세트 가격이 만 천원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면 질 좋은 수제버거 세트를 주문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역시 버거킹은 가격 점수를 안 좋게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하여 이 트러플 머쉬룸 와퍼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싶다.

자 그래서 다시 먹을 것인가?

트러플 머쉬룸 와퍼는 트러플 외의 버섯을 빼고 멀쩡한 야채를 넣고 가격을 좀 더 다운시키면 다시 먹고 싶을 것 같다.

뭐긴 뭐야 다시는 안 먹겠다는 이야기지. 향은 참 좋았는데 다른 모든 것이 아쉽다.

이로써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름에 버섯이 들어간 메뉴는 가급적 좀 더 오래 고민해라 멍게같은 나놈아 어휴.

PS. 끝에 와서 고백하건데 사실 먹어보기 전까지 메뉴명을 '트러플'이 아니라 '트리플'로 봤다. 만약 트러플 향을 몰랐다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트리플'이라고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트리플'이 아닌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PS2. "버섯을 싫어한다면서? 그럼 트러플도 버섯 아니냐?"고 한다면 맞긴 한데, 솔직히 트러플 자체를 씹어 먹는 럭셔리 플렉스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이 작자에게 일어날 리는 없다. 싫어하는 것은 대체로 버섯의 식감이고 향은 일부 버섯에 한해서 싫어할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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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