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의 뿌링클 치킨에 대한 기록

식사 // 2025년 10월 10일 작성

BHC의 뿌링클에 대해서는 그렇게 좋은 기억이 없다. 그 유명한 뿌링클은 아마도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시즈닝을 잔뜩 묻힌 최초의 치킨이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문제는 그다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외면받아 오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이상하게 시즈닝 치킨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가는 것 같다. 특히 (추측성) 원조 격인 BHC를 제외한 치킨들에서 점점 선호도가 생기면서 이제는 BHC에 대한 추억이 과연 정당했나를 확인해 보고 싶어진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원대한 생각 따윈 없고 어느 날 그냥 어쩌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BHC에서 뿌링클 치킨을 시켜봤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글의 서두냐.

뿌링클 치킨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포장을 풀어봤다. 치킨 패키지를 굳이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충 살펴보자.

뿌링클 패키지 뿌링클 패키지

역시나 크게 뭔가를 지적할 만한 건 없을 것 같다. 그저 저 '뿌링뿌링소스'가 도대체 무엇 기반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럼 이제 핵심인 치킨을 살펴보자.

뿌링클 치킨 뿌링클 치킨

음... 뭐... 그... 그다지 할 말이 없는 시즈닝 치킨 비주얼이다. 여러 치킨 브랜드를 통해 이젠 익숙해졌다. 옛날엔 이 비주얼을 보고 (안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는데 말이다.

그저 시즈닝 가루가 묻어있지 않은 듯한 부위가 조금 보이는 게 약간 거슬리긴 했다. 이상하게 이런 것에서 불만족을 자주 느끼는 것 같다.

뿌링클의 재평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옛날에 먹었을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 느낌이 났다. 과거에는 '내가 왜 치킨을 과자랑 먹고 있나?' 같은 생각만 들었었지만 이제는 과자라기 보다는 소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이는 분명히 시즈닝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영향이 클 듯하다.

전반적인 시즈닝 치킨의 공통점이 있다면 단짠의 극대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뿌링클도 동일했다. 단짠맛과 이후에 이어지는 치킨의 바삭함과 튀김의 맛 그리고 닭고기의 맛이 이제는 조화롭게 느껴졌다.

특징적으로 다른 브랜드의 시즈닝 치킨은 어떤 과자가 떠오르는 맛이었다면 뿌링클은 그런 경향은 좀 덜한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먹어보지 못한 과자 맛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맛은 나쁘진 않았다.

좀 문제가 있다면 바삭함을 논하기엔 뭔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배달로 받는 과정에서 눅눅해지는 걸 피할 길은 없겠지만 그래도 바삭함이 상당히 사라진 편이었다. 그나마 살이 없고 가늘은 부위만 바삭할 뿐이고 말이다. 아마도 열이 시즈닝 때문에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더 빠르게 눅눅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뿐이다.

하지만 시즈닝 덕분에 눅눅해도 기름의 느끼함은 덜해서 먹을 만은 했다. BHC 치킨답게 육즙도 충분했기에 먹기 더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다른 치킨 대비 가슴살이 심하게 퍽퍽하지도 않았던 점도 장점인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뼈 치킨의 근본적인 단점, 즉 순살 대비 먹기 귀찮다는 점은 여전히 감점 요인이기는 하다. 대신 브라질 조류독감 대란을 겪은 뒤 전반적으로 순살 치킨의 퀄리티가 떨어져 있는 와중이라 이제는 뼈치킨과 순살을 비교해 보는 게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결론

뿌링클은 개인적으론 다시 시켜 먹을 생각이 있다.

다만 혼자 있을 때나 시켜 먹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같이 사는 가족들은 여전히 시즈닝 치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시간이 지나면 바뀔려나?

어쨌든 바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후순위로 밀리겠지만 적어도 시즈닝 치킨 계에선 이름 값을 할 것 같긴 하다.

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