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버거의 치즈 도넛 비프 버거에 관한 기록
모종의 계기로 오랜만에 프랭크버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최근 모 먹방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메뉴에 대해 접하게 되어서 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프랭크버거에 자주 실망해 왔기 때문에 좀 도박성이 있는 도전이 될 듯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 시도할 버거는 바로 프랭크버거의 '치즈 도넛 비프 버거'다. 이름만 봐서는 칼로리 가득에 아주 몸에 해로울 듯한 이름이라 거부감이 느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름의 첫 인상일 뿐이지만 말이다.
참고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 버거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프랭크버거 홈페이지의 치즈 도넛 비프 버거 사진
꽉찬 모짜렐라 치즈도넛에 크리미한 바질소스와 발사믹소스의 풍미가 진한 스페셜 대표 버거
이름에 '도넛'이 들어가 있는데 정말 도넛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 도넛 모양의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가 들어있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다.
뭐 하여간 매장에서 세트로 주문해서 신나게 들고 왔다. 아무리 선호도가 떨어지는 프랭크버거라고 해도 버거는 버거이니 말이다.
프로젝트 장소(?)에 도착해서 봉투를 열어보니 포장은 솔직히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굳이 장점을 만들어 보자면 바로 꺼내서 먹기 원한다면 좋은 포장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장점을 덮어버릴 단점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그런데 버거를 꺼내보니 의외의 모습이 보여졌다.
프랭크버거의 치즈 도넛 비프 버거
근래 프랭크버거에서 시켜 먹은 메뉴들 중 유일하게 멀쩡한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세상에 프랭크버거에서도 이럴 수가 있었구나.
다행스러운 그리고 짧은 비주얼 감상을 끝내고 이제 한 입 먹어볼 차례다.
속 모습을 알 수 있게 한 입 베어 먹은 모습
멀쩡한 모습에 기뻐했지만 이내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번이 솔직히 별로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번이 아니라 찐빵 같았다. 먹을 때마다 뭉쳐져서 결국 뻑뻑한 식빵 같은 식감이 되니 말이다.
소스는 바질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런 소스였다. 그 은은함 덕분에 존재감은 좀 옅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은은함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강력한 소스가 모든 것을 가려버리는 그런 것보다는 다른 재료의 맛을 적당히 살리도록 도와주기도 한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핵심적인 도넛 모양의 치즈 패티는 좀 실망스러웠다. 버거 전반의 식감에 좀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식감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좀 더 가볍게 파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면 참 좋을 듯했다. 다만 모짜렐라 치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인 게 이런 평을 내리도록 악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르겠다.
근데 치즈 패티를 왜 굳이 도넛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의문이 든다. 가운데가 비어있으니 식감이 그만큼 약간 다채로운 면이 있긴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식감이 맛이 비어서 밸런스가 깨지는 영역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디자인에는 의도가 있었을 거라 생각은 되지만 개인적으론 '굳이 왜?' 라는 표현을 붙여야 할 것 같다.
야채가 풍성한 건 참 좋았다. 토마토, 양파, 양상추라는 기본기 가득한 구성이었으니 말이다. 프랭크버거 메뉴들의 표준화된 야채 구성이긴 하지만 장점으로 꼽고 싶다. 아삭한 식감도 좋았지만 소스의 은은한 맛이 잘 어울리는 맛이기도 하고 말이다.
고기 패티는 맛은 존재하는데 식감에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고기맛 마분지 씹는 느낌은 여전했다. 홍보 사진의 패티는 두툼해 보이는데 실제 패티는 아주 납작하게 눌려서 구워졌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렇게 눌린 패티가 식감이 좋을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이런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치즈 도넛 비프 버거는 지금까지 먹어본 프랭크버거 메뉴들 중 최고인 건 분명하나 다시 주문할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
무엇보다 비싸다는 단점을 마지막으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세트 가격이 12000 원이 넘었는데 이 금액이면 다른 버거에서 고를 선택지가 너무 많은 수준이다. 물론 수제버거에서만 고른다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안 먹을 것 같다는 말로 이 리뷰는 마무리 해야겠다. 그렇게까지 나쁜 버거는 아니지만 더 좋은 선택지가 많다는 게 이 녀석의 운명을 결정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