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치킨의 콰삭킹에 대한 기록

식사 // 2025년 11월 17일 작성

"치킨을 먹어야 한다! 무려 두 주 동안 치킨을 못 먹었다! 정신 건강의 위기다! 빨리 치킨을 시켜라!"

뭐 이런 얼렁뚱땅한 이유로 정말 치킨을 시키기로 했다. 정말이다.

하는 김에 먹어보지 못한 것을 주문하고 싶었고 마침 모 배달 앱에서 꽤나 큰 BHC의 쿠폰을 뿌리고 있었다. 아 이건 운명인가?

결국 BHC치킨에서 콰삭킹이라는 뭔가 알기 쉬운 이름의 치킨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어본 뿌링클 재시도가 제법 긍정적이었기에 콰삭킹에도 기대가 제법 컸다.

잠시 후... 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프로젝트 장소까지 배달이 너무 오래 걸렸다. 봉지에서 내용물을 꺼내서 살펴보니 포장 상자에서 조차 그 장시간의 배달 피로가 느껴졌다.

콰삭킹 포장 눅눅해진 콰삭킹 포장

쭈글쭈글.... 축축....

물론 치킨 포장을 보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포장이 눅눅해도 내용물이 멀쩡하면 아무 문제 없다. 그저 아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좀 낮아졌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말이다.

기대감을 낮추고 열어보자.

개봉 그리고 첫인상 개봉 그리고 첫인상

아....

이 무슨 흉칙만 모습인가.

이건 순수한 후라이드 치킨의 비주얼이 아니다. 겉에 뭐가 잔뜩 묻어있는 게 마치 손을 대서는 안 될 흑마법에 빠진 히키코모리 같은 모습이 느껴진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싶긴 한데 하여간 안 좋은 의미로 좀 이상하다는 말이다. 묘사할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르는데 그나마 '지저분하다' 정도가 적당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먹어보기 전까지 음식에 대한 비판은 미뤄야 할 것이다. 우선 마치 먼저 먹어달라는 듯이 제일 앞에 있는 닭다리 하나를 집어들었다.

닭다리를 들었는데 대롱대롱 거리는 저건 무엇일까? 닭다리를 들었는데 대롱대롱 거리는 저건 무엇일까?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닭다리를 들었는데 왜 닭다리에 벌레가 붙어있는 것 같을까.

물론 저게 튀김옷(+알파)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저분해 보이는 모습에서 약간 그로테스크함을 느끼기도 했다. 왜 저게 하필 저렇게 붙어있는가. 아니 사실은 원래 붙어있던 건데 들다가 떨어진 것일까?

그래도 먹어봐야 한다. 들고 있던 닭다리를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BHC 답게 육즙은 확실히 촉촉한 편이다 BHC 답게 육즙은 확실히 촉촉한 편이다

"눅눅... 주륵... 빠삭... 츄욱... 투두둑"

배달에 오래 걸렸던 것치고는 첫 입에서 확실히 바삭함을 느낄 수는 있었다. 다만 겉이 바삭하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씹을 때 먼저 눅눅함이 느껴지고 거기서 기름이 조금 흘러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후 딱딱한 무언가가 씹히며 빠삭 소리를 내었다. 이윽고 고기가 입에 들어왔다. 그런데 동시에 베어문 근처의 튀김옷이 투두둑 거리며 잔득 떨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튀김옷이길래 이런 느낌일까? 과자를 겉에 잔뜩 붙여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 맛이 없는 딱딱한 과자 느낌이라는 이질적인 바삭함이다.

그래도 닭고기 자체의 질은 역시 BHC 답게 좋은 편이었다. 고기도 부드러웠고 육즙도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과격한 튀김옷에는 또다른 비기가 숨어있다. 바로 기름을 보관하는 능력이다. 튀김옷이 엄청난 기름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안 그래도 눅눅해져서 씹자마자 기름이 세어나오는 느낌이 나고 그 다음에 딱딱한 식감이 느껴지니 '이게 도대체 뭔가', '나는 뭘 씹고 있는가' 하는 그런 생각만 들었다.

맛은 전반적으로 짭짤하고 매콤했다. 약간 맵다는 평을 이미 찾아봤기에 알고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매웠다. 어느 정도냐면 신라면을 맵다고 느끼는 사람에겐 약간 곤혹스러운 맵기다. 물론 심하진 않지만 미취학 아이들이 먹기엔 무리인 수준은 확실해 보였다. 간은 주로 살에 되어 있고 매운 소스는 아마도 껍질 위주로 분포하는 것 같았다. 별도의 소스 필요 없을 정도로 간은 센 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매운데 어째서 이렇게 느끼하다는 말이냐!

물론 답은 이미 이야기했다. 튀김옷이 기름을 아주 제대로 숨기고 입에 들어온다. 그리고 입 안에서 기름을 터트린다. 아무리 매콤해도 이런 기름의 대량 기습 공격은 막을 수가 없다.

뻑살도 육즙이 살아있어서 먹기 불편하지 않았다 뻑살도 육즙이 살아있어서 먹기 불편하지 않았다

가슴살이나 안심 같은 뻑살이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있었다는 것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BHC는 가슴살이 가장 맛있는 치킨 TOP 1으로 꼽고 싶을 정도다. 다만 그렇게 많은 브랜드를 비교해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은 상기하자.

이제 이 치킨에 숨어있는 훼방꾼을 다뤄야 할 것 같다. 또 은밀 기름 기동대 튀김옷이 그 대상이다. 그런데 이 튀김옷이 기름 숨기기 말고 다른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탈락 능력이다. 튀김옷이 붙어있는 껍질이 쉽게 분리가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치킨이 자꾸 멋대로 옷을 벗는단 말이다!

살과 껍질이 분리되는 흔하게 끔찍한 현장 살과 껍질이 분리되는 흔하게 끔찍한 현장

치킨을 손으로 집으려는데 껍질이 분리되며 살이 툭 떨어지는 끔찍한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치킨에 멀쩡하던 튀김옷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건 사도다. 저주다. 세기말의 재앙이다. 뭔 소리야 어쨌든 치킨이 치킨이 아니게 되잖아!

하여간 콰삭킹의 특징인지 아니면 눅눅해져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튀김옷이 굉장히 잘 분리된다. 사실상 먹을 때마다 주변에서 계속 탈락한다고 봐야 한다. 이 치킨은 한 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가공된 순살로 만들어서 포크로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같이 온 스위트 하바네로 소스는 같이 찍어 먹으면 부족한 단맛을 보충할 수 있고 그 특유의 매운 맛으로 느끼함을 약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소스 통은 치킨에 비해 작고 치킨의 껍질은 자꾸 떨어져서 찍어먹기 굉장히 불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하바네로 소스까지 투입되어도 느끼함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참고 견뎌봤지만 그 느끼함에는 질 수밖에 없었다. 약 절반 정도를 먹고 난 뒤에 남은 것들을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콰삭킹을 내 돈 내고 주문할 일은 이후 없을 것 같다.

옛날 옛적 끔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바삭킹인가? 하여간 가는 감자튀킴을 겉에 잔뜩 붙여놨던 치킨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가장 최악의 치킨이었다. 왜 치킨을 먹는지 모르나. 왜 바삭함을 기본기에서 못 찾고 대안을 추가해서 억지로 만들어 내는가. 그저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왜 강제로 감자튀김과 치킨을 먹게 만드는가. 하여간 굉장히 기분 나쁜 치킨 말이다.

콰삭킹도 그 바삭킹인지 뭔지 대마왕 휘하의 4대 천왕 급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이러니 더이상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아니 솔직히 맛이 없는 건 아니다. 거기다 닭고기 살은 육즙이 많은 게 참 맛있었다. 그저 이런 닭고기로 '기름 잘 숨기고 변태 같이 잘 벗는 바삭한 줄 알았지만 실제론 딱딱한 맵고 두꺼운 튀김옷' 말고 페리카나 튀김옷을 얇게 입혀서 튀겼다면 참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을 뿐이다.

이 글의 초안을 식후 약 두 시간이 지나고 쓰기 시작했는데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생각보다 좀 많이 매웠던 듯하다. 맵찔이의 삶은 참 힘들다.

어쨌거나 BHC에선 뿌링클이나 표준적인 후라이드가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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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