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키보드야 아프지 마

생활 // 2026년 07월 03일 작성

최근 즐겨 쓰던 키보드는 키크론의 B1 Pro다. 펜타그래프 타입의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로 거의 노트북 키보드와 비슷한 키감이라 조용한 편이었는데 가족들이 자는 밤에 키보드를 두드려야 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키 눌리는 깊이가 깊지 않은 걸 선호해서 고른 키보드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갑자기 어딘가 아픈 듯했다. 뭔가 기우뚱하다고 해야 하나? 어떤 키를 누를 때마다 키보드 전체가 살짝씩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키보드 아래에 받침대로 붙여 놓은 종이 뭉치가 좀 떨어졌나 싶었다.

B1 Pro가 뭔가 기우뚱한 느낌이 들었다
B1 Pro가 뭔가 기우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별생각 없이 이 키보드를 그대로 썼었다. 키보드로써 기능엔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키보드의 전면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키보드 우측이 벌어졌다
키보드 우측이 벌어졌다

이런. 전면 오른편에 왜인지 키보드 케이스가 벌어져있다. 왜 벌어져 있을까? 애들이 가지고 놀다가 떨어뜨려서 좀 부서졌나?

'뭐 벌어졌으면 다시 닫으면 되겠지?' 라며 아주 편한 생각으로 벌어진 부분을 닫기 위해 꾸욱 눌러봤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거의 닫히질 않았다. 무언가의 탄성이 느껴지면서 전혀 닫히지 않았다. 왜인지 힘을 더 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도 들었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복수가 찬... 것과 비슷하게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상태가 분명했다.

갑자기 공포에 휩싸였다.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다면 갑자기 터지거나 불이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키보드는 계속 두드려야 하는 장비인데 이러면 배터리에 충격이 지속적으로 갈 수 있다. 이 정도면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마침 이 키보드 배터리가 다 되어간다. 이제 충전을 해야 하는데 '충전기를 꽂아 뒀다가 불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쉽사리 손이 가질 않았다. 배터리가 부푼 상태에서 충전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니 말이다.

찾아보니 키크론의 키보드 보증기간은 1년으로 이미 한참 지난 상태였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복귀한 K8
오랜만에 복귀한 K8

예전에 B1 Pro를 사면서 잠깐 창고에 처박혔던 키크론 K8K3를 오랜만에 끄집어냈다. 나름 저소음의 기계식 키보드지만 그럼에도 시끄러워서 아이가 생긴 후 어쩔 수 없이 안 쓰던 녀석이다. 하지만 새로 조용한 키보드를 사는 것도 좀 무리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도 같이 사는 집에 폭탄 같은 걸 놔두는 것보단 나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제 B1 Pro는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놔뒀다 폐기처리해야 할 것 같다. 2년 좀 넘게 쓰며 나름 정이 들고 손에도 잘 익은 것 같은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K8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어머 이거 뭐야... 와...

확실히 기계식이 타건감이 끝내준다. 아주 흥겹게 글을 쓸 수 있다. 뭐야 이거 너무 좋잖아? 아아...

결론: K8 짱조아

근데 한밤중에 애들 재우고 타이핑하려니 좀 신경이 많이 쓰이긴 쓰인다. 리듬감을 포기하고 천천히 살살 치니 타이핑 맛도 너무 없고 난감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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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