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이 왔는지 침침하고 잘 안 보이는데 루테인이나 아스타잔틴, 지아잔틴이 그렇게 좋다며?
나이가 먹었음을 체감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바로 눈 건강인 것 같다. 아무런 변화도 못 느끼다 어느날 갑자기 눈이 침침하거나 가까운게 잘 안 보인다고 느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노안이 왔다는 것일 테다.
그런데 사생활 노출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인지 혹은 그저 체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루테인이나 아스타잔틴 그리고 지아잔틴 등이 들어간 눈 영양제 광고를 굉장히 자주 보게 되는 듯하다. 이 영양제를 먹으면 시력이 개선되고 침침함도 사라진다고 말이다. 혹하기 딱 좋은 그런 광고 같았다.
그런데 과연 이런 광고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이 해답을 얻기 위해 각 주성분에 대해 조사해 봤다.
눈의 대략적인 구조 (위키백과)
루테인
눈 영양제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성분을 꼽자면 '루테인'이 있을 것 같다. 이 루테인은 아래와 같이 설명되는 것 같다.
루테인(lutein)은 잔토필의 하나로서, 현재까지 알려진 600개의 자연 발생 카로티노이드 가운데 하나이다. 루테인은 식물, 기타 잔토필에서만 합성되며 시금치, 케일, 노란당근 등의 잎채소에서 대량으로 발견된다. yellow를 의미하는 라틴어 luteus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출처)
이게 뭔가 도무지 모르겠다. 뭔가 전문적인 설명을 보면 역시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다행히도 좀 더 살펴보니 눈 건강과 관련해 직설적으로 표현된 내용을 찾을 수도 있었다.
루테인은 3차원 시야를 책임지는 망막의 조그마한 부위인 황반에 농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농축설은 루테인이 산화 스트레스 및 청색광의 고에너지 광자로부터 안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설이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루테인 섭취와 안구의 안료 간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출처)
그러니까 황반(macula)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성분 중 하나가 바로 '루테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황반은 시신경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쉽게 말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모여서 초점이 맺히는 부위다. 즉 직접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을 인식하는 센서가 바로 황반 부위에 있고 이 황반에서 많이 발견되는 성분 중 하나가 루테인이라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황반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한다는 문구 또한 찾을 수 있었다. 물체의 명암이나 색깔 그리고 형태를 인식하는 시세포가 밀집되어 있으니 이 황반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 황반에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실명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이 황반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황반변성이 있다. 이름을 그대로 해석해도 될 정도로 '황반에 변성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눈 가운데가 잘 안 보이거나 시야가 휘어져 보이다가 심하면 실명이 되는 무서운 병이다.
이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요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노폐물 침착이 제일 꼽히지만 그 밖에도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자외선,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루테인은 이 황반을 구성하는 성분인 만큼 부족할 경우 황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루테인을 충분히 먹으면 황반의 건강이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중요한 점 중 하나로 루테인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그렇다면 먹기는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효과가 있다면 더 열심히 먹어야 할 것 같고 말이다.
사실 루테인이 황반에 많이 모여있는 물질인 건 맞지만 황반 자체를 구성하는 물질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애매하긴 하다. 시신경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이 아니니 말이다. 결국 위 두 번째 인용의 보호재 용도설을 지지할 수는 있겠지만 이걸로 시력이 좋아진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스타잔틴
아스타잔틴은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서 눈 영양제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성분 같다. 물론 체감일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스타잔틴에 대한 설명은 이런 내용으로 찾을 수 있었다.
아스타잔틴(Astaxanthin, 아스타산틴)은 케토카로티노이드이다. 5개의 탄소 전구체, 아이소펜테닐피로인산, Dimethylallyl pyrophosphate으로부터 만들어진 테르펜(테트라테르페노이드로서)으로 알려진 더 큰 분류의 화합물에 속한다. 아스타잔틴은 잔토필로 분류되지만 현재는 제아잔틴, 칸탁산틴 등의 산소를 함유하는 성분, 히드록실 또는 케톤을 지닌 카로티노이드 화합물을 기술하기 위해 이용된다. (출처)
역시나 '이게 뭔 소리야 도대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설명이다.
아스타잔틴의 좀 더 간단한 설명은 갑각류의 붉은 색을 내는 색소이면서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항산화가 중요한데 항산화는 세포의 산화를 막는다는 의미며 이는 '노화를 늦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정도로는 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스타잔틴의 눈 건강 효과에 대해서 정리된 내용도 있기는 있었다. 눈의 혈류량을 개선하여 눈의 노폐물 침착 가능성을 줄여주며 눈 피로도 줄여주면서 시력 조절 능력을 향상해 노안을 늦추는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밖에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의 유명한 안구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내용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스타잔틴의 섭취도 시력 개선 등에 도움이 될...리는 잘 모르겠다. 아스타잔틴도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성분인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력 개선에 한해서는 '글쎄?'라는 물음표가 붙는 것 같다.
물론 항산화제가 몸에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항산화제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고지혈증 때문에 자주 섭취하는 토마토에도 다량 들어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항산화 물질이 아스타잔틴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노화를 늦추는 효과에서는 굳이 아스타잔틴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아스타잔틴이 강력한 항산화제인 것은 사실이고 눈 건강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성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아잔틴(제아잔틴)
지아잔틴은 루테인과 함께 눈 영양제로 유명한 성분으로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다. 이 지아잔틴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이 찾을 수 있었다.
지아잔틴, 제아잔틴(영어: zeaxanthin), 또는 제아크산틴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카로티노이드 알코올 가운데 하나이다. 잔토필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과 일부 미생물에서 합성되며 파프리카, 옥수수, 사프란, 구기자, 메리골드 등의 식물과 미생물에 특징적인 색을 입히는 색소이기도 하다. (출처)
알코올이라니?!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이 물질은 먹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데 실제로 먹어봐도 별 반응은 없었다. 다행히도 이 글을 쓰는 작자의 입이나 호흡기, 식도만 피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알르레긴인가 싶었다.
뭐 어쨌거나 이 지아잔틴이 루테인과 함께 자주 사용된 성분인 건 이유가 있다. 지아잔틴도 황반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루테인과 비슷하게 청색광이나 자외선 같은 고에너지 광선으로 부터 황반의 시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는 모양이다. 그 외에 눈의 피로를 줄이거나 시력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는 내용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합성되지 않고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한다는 점도 루테인과 동일했다.
그렇다면 또 루테인과 동일한 정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눈의 노화, 특히 황반변성 등 황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아잔틴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아잔틴은 황반에 많이 있는 물질이지 황반 자체를 구성하는 성분이 아니다. 결국 시력 그 자체와의 관련성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시력 개선이 될까?
이미 여러 의문점들을 정리해 왔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우선은 시력과 관련된 부분이다. 시력이 나빠졌다고 하는 것은 보통 근시, 난시, 원시라는 증상을 의미한다. 이 증상들은 모두 눈의 물리적 변형으로 인해 초점이 제 위치에 똑바로 맺히지 못 하는 게 원인이다. 그런데 위의 성분들은 눈의 물리적 변형을 바로잡을 수 없다. 즉 이런 눈 영양제로 시력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눈 질환 중 황반변성, 녹내장, 백내장 등의 예방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황반변성 예방에는 언급된 영양분들이 중요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항산화제 등의 섭취가 건식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개인적으로도 안과에서 섭취를 권유 받기도 했다. 하지만 눈 영양제는 이들 질환에 치료 효과는 없고 그저 예방책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밖에 흔한 안구건조증이나 일부 침침함 등의 증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항산화 효과나 혈류 개선 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개선은 있을 만한 증상이니 말이다. 다만 특정 증상들은 온열 찜질 등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요법이 더 큰 효과를 낼 지도 모른다.
결국 결론은 이걸로 적어야 할 듯하다.
과장된 광고는 잘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솔직히 눈 영양제로 시력이 개선된다는 광고는 과장 수준이 아니라 '사기'라고 생각된다. 어떤 광고에선 효과가 없으면 돈을 얼마나 주니 하는데 그 광고에 등장하는 이가 정작 누구인지 혹은 실존인물인지 조차도 모르는 상황이다. 요즘은 AI로 없는 사람을 동영상에 등장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니 말이다.
거기다 이런 광고류는 눈 영양제 말고도 참 많다. 대표적으로 남성 전립선 영양제 광고 등도 있고 말이다. 물론 잘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또 해야 할 뿐이다.
혹시나 이 성분들을 영양제말고 식품으로 섭취하고 싶다면 이걸 참고해 보자.
- 루테인: 시금치, 케일, 노란당근, 옥수수, 브로콜리, 로메인 상추, 달걀노른자 등
- 아스타잔틴: 갑각류(새우, 게 등), 붉은색을 띠는 생선(연어, 도미 등) 등
- 지아잔틴: 옥수수, 파프리카, 샤프란, 구기자, 메리골드, 옥수수수염, 케일, 달걀노른자 등
물론 위는 대표적인 식재료일 뿐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식재로에 들어있다고도 하니 궁금하면 더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식재료를 직접 챙겨 먹는 것보단 확실히 눈 영양제로 섭취하는 게 더 간단하고 확실한 것 같긴 하다. 참고로 붉은색 달걀노른자는 이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으니 달걀노른자는 여러모로 짱이다.
어쨌거나 '영양제는 치료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