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화지방과의 전쟁: 어떻게든 이기면 되니 먹어서 승리하자?!
미국의 새 영양 지침이 특정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되었다. 내용이 살짝 파격적인 면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개정된 지침을 보자면 이런 식이다.
Eat Real Food (USDA)
뒤집어진 피라미드 모양이라 좀 독특한데 윗쪽이 넓다. 이 말은 그림의 윗쪽에 위치한 음식일 수록 더 권장한다는 그런 의미로 이해가 된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아마도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긴 하다.
고기를 많이 먹어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 지침을 발표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포화지방과의 전쟁을 끝내겠다."
이 말의 의미는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웠던 캠페인 중 하나인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와 함께 생각해보면 포화지방을 적게 먹을 수 있는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생각이 맞았냐면... 좀 애매하다.
새 지침에선 적색육 등의 고기, 치즈,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 버터, 소기름 등을 추천하는 음식으로 올려 놓았다. 그런데 적색육이나 포화지방이 가득한 버터나 소기름 등은 의학계에서 그렇게 권장하던 음식이 아니다. 즉 새 지침은 기존의 통념인 '적색육이나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건강에 해롭다'를 뒤엎어버리는 그런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RFK Jr.의 의도는 '포화지방이 지금껏 제한 당한 게 억울하다'는 그런 논리에서 출발했다. 여기에는 정확하게 '포화지방 자체가 아니라 가공음식이 문제'라는 걸 덧붙였는데 이 부분은 사실 생각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해도 애매한 건 사실이다.
물론 거기는 미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사실 비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기존 미국의 권장음식이 어땠는지 말이다. 이미 가공식품이 문제라는 문구에서 어떤 내용일지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게 감자튀김이 있다. 미국에서 감자튀김은 야채였다. 어이가 없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권장음식에 포함되어 있기까지 했다.
심지어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가 권장음식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근데 솔직히 햄버거는 완전식품인 것 같기는 한데 음....
하지만 이전 미국의 권장음식은 실제로 이랬다. 단지 거기가 미국이라는 점이 중요한 변수였을 뿐이다. 바로 '로비의 천국' 미국이었다.
덕분에 아이들 급식 식단 또한 이 권장음식을 따르는 바람에 많은 비판이 있기도 했다. 이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자.
그래도 떨칠 수 없는 의구심
이 지침을 발표하며 RFK Jr.은 이런 발언도 한 모양이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 (Eat Real Food)"
이전까지의 지침은 진짜 음식이 아니었다는 말일까? 지금껏 정부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라는 말을 빼먹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무작정 반박하긴 좀 그런게 위에서도 기존에 그랬던 건 사실이다.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가공식품이 권장음식 지침에 올라가 있는 것도 분명 특정 기업의 로비의 결과일 것이라는 심증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RFK Jr.의 주장도 그 말 그대로 느껴지진 않는다. 당연하게도 트럼프 지지 지역 중에는 농업지역(팜 벨트)이 많고 그 중에서도 축산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트럼프 지지는 물론 공화당 지지 지역과도 겹쳐있다. 이것과 관련된 기업의 많은 로비 그리고 정치적 이념적 판단이 함께 작용하여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안 그래도 RFK Jr.은 애초에 백신 반대론자였다. 지금은 그보단 조금 유화적인 '백신 회의론자' 정도인 것 같지만 어쨌든 의학계의 기존 입장과는 영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좀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었다.
포화지방에 대한 주장은 또 어떠할까? 그의 주장 대로라면 '저지방 식단이 만성 질환을 악화시켰다'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지방을 너무 적게 먹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잉여 탄수화물이 지방이 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그 조차도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고 말이다.
의학계도 새 지침에 반대 입장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논문의 수만 봐도 포화지방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은 많지만 반대의 내용은 찾기 힘들다. 실제로 미국심장학회 등의 의학계에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지침이 객관적 근거에 따른 게 아니라 그저 '정치적 이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말이다.
물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찬성이다. 하지만 단백질 공급원은 저 역피라미드 상단이 아닌 곳에서도 꽤나 풍부하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권장 순서만 바꾸면 괜찮을 지도?
사실 적색육이라 하더라도 너무 많이 먹는 게 아니면 그렇게 또 나쁜 건 아니다. 쇠고기도 쇠고기 특유의 영양분 덕분에 아이들에게 권장되기도 하니 말이다. 적어도 가공식품에 비하면 당연히 권장될 만하다.
그저 문제가 되는 건 권장 순서일 지도 모른다. 과일이나 야채, 통곡물, 백색육을 위쪽으로 올리고 적색육이나 버터, 포화지방이 가득한 식재료들을 아래로 보내면 기존 통념과 큰 차이가 없는 지침이 나올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순서만 바꾼 건 너무 심하게 로비 기업의 입장만 들어주면 반감이 커질 것이라는 전략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권장순서가 아닌 가공음식 그 자체가 문제다는 점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순수한 적색육을 마구 구워 먹는 건 괜찮은 걸까? 물론 이렇게 이야기 한 의사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한국만의 큰 의미
위 그림에선 찾기 힘들지만 이번 지침에서 놀라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김치가 권장 음식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김치의 유산균이 장내 미생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전세계에 한류가 예상보다 오래 멀리 퍼지면서 이 지침이 있기 전에도 김치도 맛 뿐만 아니라 이미 건강 식단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지침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김치는 나트륨이 좀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적색육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 음식이고 한국인으로써 반가울 따름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입장
이 글을 쓰는 작자는 만성 고지혈증 환자다. 그래서 매일 약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다. 요즘은 육아 덕분에 마음대로 식단을 짜지 못 하는 문제로 불건전한(?) 식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포화지방에 대해서는 척을 지고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지침 역피라미드 상단을 보고 있으면 이런 느낌이 든다.
"뭐지? 놀리는 건가? 싸우자는 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못 먹는 건 참 괴로운 일이다. 제발 사람 좀 그만 놀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희망이란게 어딘가 숨어있을까? 다시 한번 포화지방에 대한 논쟁거리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햄버거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