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UN을 탈퇴한다고? 아니 그게 뭐야 그럼 뭐 어떻게 되는데?!
미국의 어떤 할아버지(?)가 최근 막나간다고 느끼고 있다. 아니 예전부터 느끼고 있기는 한데 그 막나감이 점점 심해진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또 갑자기 큰 일을 저지른 듯하다.
미국 대통령이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출처)
뭐? UN을 탈퇴한다고?
정말?
이러면 다 망하는 거 아니야?
...
그건 좀 아닌게... 제목부터 여기까지는 살짝 낚시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쟤들이 빠 내고 내가 묵 냈는데 어쨌든 내가 이겼어" 뭐 이런 느낌? (Grok)
일단 오해부터 해소하자
위 인용한 내용을 읽어보면 미국이 UN을 탈퇴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확히 말해서 미 대통령이 UN 산하기구 등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명령에 서명했다는 말이다. UN이 아닌 UN 산하의 기구 말이다.
다른 기사에선 탈퇴한 기구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미국이 탈퇴하는 국제기구·조약 등에는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평화·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기구 및 기금 등이 포함됐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국제에너지포럼, 세계자연보전연맹 등도 탈퇴 명단에 올라갔다. 특히 유엔 산하 기구의 경우 해당 기구에 대한 참여나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출처)
대충 생각해보면 대규모 관세로 촉발된 무역 전쟁 중인 상황, 신재생 에너지 보다는 전통적인 에너지를 추구하는 성향,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기존의 신념 등 그 미국 할아버지가 늘상 이야기하는 것들과 방해될 만한 기구들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미국이 추진 중인 일과 충돌이 있을 만한 기구들에서 손을 떼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안전보장이사회 탈퇴 같은 건 전혀 없다. 즉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에서는 여전히 미국은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의 제목은 선정적인 낚시성 기레기성 제목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처음 저 기사를 봤을 때 정말 UN을 탈퇴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던 게 왠지 억울해서 이딴 낚시를 벌였던 것이다.
만약 미국이 UN을 탈퇴하면 어떤 일이 벌이질까?
이제부터는 정말 순수한 상상의 영역이다. 만약 정말 미국이 UN을 아예 대놓고 탈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UN은 이름 그대로 국제연합 협의체다.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간 모임인 셈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미국이 빠진다고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거다.
그래도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영향이 없을 수는 없을 거다.
일단 기구에서의 탈퇴는 미국의 자금이 끊긴다는 의미다. 결국 UNICEF와 같은 인권기구나 WHO 같은 건강기구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인권의 후퇴를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자금을 더 투자한다면 이런 인권기구들의 활동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금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입김 또한 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런 인권단체들도 지금까지의 노선이 아닌 좀 더 권위주의체제에 호의적인 노선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돕는 대상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 호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인권단체에서 그치는 건 아닐 것이다. UN은 여러 국가의 연합이고 여기에서 의결되는 약속들은 소속 국가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여기서 강대국인 미국이 여기서 빠지면 결국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특히 분쟁 조정을 자주 다루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결되는 내용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미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인도와 같이 힘이 있는 중립국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진영 대결이 강해질 수록 이런 중립국들에 대한 소속 진영 선택 압박 또한 커질 것이다. 그리고 중립국의 선택지는 아무래도 힘이 있는 진영 쪽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시간은 좀 걸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UN은 러시아와 중국 색채가 점점 진해져 갈 것이다.
이후 자유진영은 마찰을 못 참다 UN에서 떨어져 나와 미국 위주의 별도 협의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대충 구UN와 신UN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두 글로벌 기구간의 대립은 정해진 결론일 것 같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UN의 운영 차질 정도가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갈 수록 두 진영의 인권적 그리고 경제적 대립은 강해져갈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냉전 혹은 세계대전의 재림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어쨌거나 소설이지만 말이다.
자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될까?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미국이 어떤 길을 갈 지는 모른다. 그저 미국의 행동은 UN에 대해 "미국이 하는 일에 딴지 걸지 마셈" 정도의 의견 표명 수준일 것이다. 특히 최근의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 사태에 대해서 반감이 커지는 것에 대응하는 성격이 커 보인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상황이 바뀔 거다. 재가입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WHO도 탈퇴했다 재가입한 사례가 있으니 말이다. 희망회로에 불타는 예측이지만 가능성은 높을 것 같다. 그 미국 할아버지가 아무리 멋대로라도 이 이상의 극단적인 선택은 안 하지 않... 아니 이미 극단적이긴 한데 어떡하지?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