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잘 닦는 법: 아니 지금껏 무슨 짓을 한 거지?
시력은 매우 나쁘지만 수술은 무서워서 안경을 고집하는 사람으로써 안경을 잘 닦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안경을 닦을 때는 입으로 김을 불어 렌즈에 습기를 더하고 안경 닦는 천으로 구석구석 잘 닦아주는 방식으로 주로 닦지만, 가끔 기름때가 심하게 묻어있을 경우 알코올 솜으로 닦아준 뒤에 천으로 닦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식으로 안경을 닦고 었던 것에 문제는 없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핵심의 요지는 렌즈의 코팅이다. 유리든 플라스틱이든 코팅이 되어있을 테니 말이다.
안경은 제 2의 눈이자 내 몸의 일부다 (Jan Mateboer / Pixabay)
안경 렌즈의 코팅
안경 렌즈는 유리나 플라스틱 만으로 뚝딱 완성되는 게 아니다. 렌즈 겉에는 여러 기능의 코팅을 추가로 붙인다. 특히 경도 강화를 위한 코팅은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그밖에도 자외선 차단이나 김서림 방지 등 여러 기능의 코팅이 존재한다.
안경 렌즈 코팅은 주로 산화물 등등을 활용해 여러 겹의 얇은 무기물질층을 증착시켜 만든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기능에 따라 당연히 여러 코팅층이 구성될 수 있다. 위에 예에서 처럼 자외선 차단이나 김서림 방지 등 여러 기능에 맞는 물질을 코팅제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코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알코올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터지거나 불이 붙지는 않겠지만 뭔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알코올솜으로 안경을 닦으면 안 되나?
결론적으로 알코올솜으로 안경 렌즈를 닦으면 코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 안경 렌즈 코팅에 사용되는 물질들 중 알코올(에탄올)에 직접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물질은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알코올이 코팅의 물리적 결합력을 약화시키거나 표면의 특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발수 코팅 용도로 종종 사용되는 불소계 실란 화합물의 경우 알코올에 녹을 수 있다. 스크래치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유기실리콘 기반의 수지도 알코올에 의해 경화되거나 팽창하여 균열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반사방지 코팅에 사용되는 여러 물질도 알코올이 고분자 결합을 약화시켜 박리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알려졌다.
이 외에도 코팅이 아니라 렌즈에 사용되는 소재가 알코올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안경 렌즈에 직접 알코올이 닿게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아... 한평생 전혀 생각도 안 하던 것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럼 어떻게 안경을 닦는 게 좋을까?
기름때 같은 것은 안경 닦는 천으로 잘 안 닦이고 오히려 번져서 닦기 전보다 더 엉망진창으로 보이게 만들 때도 있다. 이런 예와 같이 뭔가가 묻어서 안경 렌즈가 쉽게 닦이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닦는 것이 좋을까?
안경 렌즈를 닦을 때는 다른 물질 없이 찬물로 적당히 세척한 다음 물기를 극세사 천 등의 안경 닦는 천으로 잘 닦아주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뜨거운 물 등은 내부를 팽창시켜 코팅층이 갈라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어느 정도로 찬물이 좋냐하면 사실 미지근한 온도 이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도 하니 뜨거운 물만 피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찬물 만으로도 잘 안 닦이는 때가 있을 경우 여기에 맞게 세제를 추가로 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름때의 경우 주방세제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도 가급적 순한 중성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세제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찬물로 깨끗히 씻어낸 뒤에 안경 닦는 천으로 잘 닦아주는 것이 좋다.
이외의 물질이 때로 묻었다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면 되겠지만 안경 렌즈에 묻는 때 중에서 악질적인 건 사실상 기름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알아도 삶에 불편은 없을 것 같다.
혹시 닦으면 안 되는 방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옷으로 안경을 닦는 것을 극혐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깨끗이 닦이지 않고 뭔가 흠집을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런데 이 느낌이 의외로 정답이었다. 정말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경은 옷이나 수건 등으로 닦지 말고 반드시 전용 극세사 안경닦이 천을 사용해서 닦는 편이 좋다고 한다. 휴지나 티슈 등도 렌즈에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밖에 중성세제 이야기를 했으니 그 외의 세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눈치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누나 샴푸와 같은 알칼리 세제는 코팅층을 녹일 수도 있다. 당연히 안경 수명을 처절하게 떨어뜨리는 세척 방법이다. 물론 반대로 산성 세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피해야 한다.
찬물 이야기에서 했다시피 뜨거운 물로 세척하는 것도 역시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물 뿐만 아니라 한여름에 차 안에 두는 것과 같이 안경을 고온 환경에 보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안경닦는 천도 물론 세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천을 세탁하면 표면이 망가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안경닦는 천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더러워질 때마다 교체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폐기물이 늘어 환경을 오염시킬 걱정을 하게 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6개월에 한 번 교체할까 말까한 편이라 딱히 큰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내 안경이 빨리 망가지고 있었구나
안경점에서는 매년 안경을 교체하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게 지금껏 상술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상술이란 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1년이면 안경 렌즈에 제법 상처가 생겨 있기에 가끔 저 상술이 사실인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도 매년 안경을 바꾸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혹시나 잘못된 방식으로 안경을 닦아왔던 것이 안경을 빨리 망가뜨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걱정이 들기는 했다. 특히 자주는 아니지만 알코올솜으로 '깨끗해져라~' 라며 렌즈를 닦아내던 과거의 모습이 갑자기 후회스럽긴 하다.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뭐 하여간 알코올솜으로 안경을 닦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으니 이제 극심하게 후회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