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얼리면 탄수화물에 다이어트 버프가 걸린다고?
얼었으니 안심하라구(???) (Google Gemini)
다이어틑 현대인들에겐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녀석이다. 다이어트는 성공하기도 힘들 뿐더러 성공해도 게속 노력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이어트 실패의 핵심 요인을 탄수화물의 무분별한 섭취에서 많이들 찾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빵을 얼렸다 해동해서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양 분야 전문가들은 흰 빵을 바로 먹는 대신 냉동 보관했다가 해동해 섭취하면 혈당 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관과 조리 과정의 차이가 대사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출처)
얼렸다 녹여서 먹으면 좋다고? 아무리봐도 유사과학 같은데 과연 신빙성이 있을까?
얼리면 소화시키기 힘들어지는 걸까?
사실 위 부제목이 어쩌면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 글의 핵심이 바로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 RS)'이기 때문이다. 저항성 전분이란 소화효소에 잘 저항하는 전분이라는 그런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데 즉 소화가 오래 걸려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전분이라는 말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아밀로오스 비율이 높아서 침 속의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가 분해를 하기 힘든 그런 성질의 전분이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빵을 냉동시키면 빵 속의 전분이 좀 달라진다.
빵 속 전분이 차갑게 식는 동안 다시 결합하면서 소화 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를 과학적으로는 레트로그레이데이션(retrogradation)이라고 부른다. (출처)
전분은 조리 과정에서 수분을 머금으며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소화가 잘 되게 흐물흐물해진다. 이렇게 조리된 전분을 얼리면 활발해진 분자들이 에너지를 잃고 재결합이 발생하여 기존의 흐물한 상태가 일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얼리는 과정에서 빵 속의 전분이 저항성 전분으로 바뀐다. 그래서 소화가 오래 걸리고 결국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이는 혈당이 대사될 시간을 벌어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도 유리해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저항성 전분은 소화 자체가 오래 걸리지만 그 덕분에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까지 내려갈 확률도 높여준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소화되는 양을 줄여준다는 말이고 결국 열량 자체를 낮춰준다는 그런 의미로 봐도 된다.
덕분에 저항성 전분의 열량은 일반 전분의 절반 정도로 해석되는 것 같다.
다시 데우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다행인 점은 저항성 전분은 섭씨 160도 이상의 고온으로 조리하지 않는 한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토스트기에서 살짝 익히는 정도로는 효과가 유지된다고 한다. 오히려 그을려지는 부분은 저항성이 더 강한 전분으로 바뀌기도 한다고도 한다. 물론 탄 음식은 건강에 안 좋으니 자제해야겠지만 말이다.
전자렌지나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에서 익히는 것도 별도의 수분을 더하지 않고 적당한 시간 동안 온도만 심하게 높이지 않는다면 별 문제는 없다. 다만 오래 익힐 경우 저항성 전분이 상당히 파괴될 수 있으니 적당히 데워지는 선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 불행히도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는 전자렌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데워야 하기 때문에 전자렌지로 데우는 방법이 가장 나을 것 같다.
튀겨서 데우는 건 그다지 추천되지는 않는다. 튀기는 건 온도가 높기 때문에 저항성 전분의 상당수는 파괴된다. 거기다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은 열량이 무지막지한데 이게 음식물에 들어가게 되므로 다이어트에는 그다지 좋지 못 하다. 다만 튀기는 경우 기름과 전분이 결합하여 특수한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기도 한다는 특징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삶거나 찌는 경우다. 얼렸던 식품을 다시 찌거나 삶는 방식으로 해동하는 경우 전분이 다시 수분을 머금으며 저항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 글의 주제와 가장 어이가 없을 정도로 척을 지는(?) 방법이다.
꼭 얼려야만 효과가 있는 걸까?
전분이 저항성 전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분자들의 운동성을 진정(?)시켜 줄 수 있게 차갑게 식히는 것에 있다. 따라서 꼭 얼릴 필요는 없고 그저 냉장고에 장시간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쌀밥도 지은 후 냉장고에 12시간 넣어두면 저항성 전분으로 변하는 효과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차게 식히는 과정에서 효과를 더하기 위해 조리 과정에서 오일을 첨가하는 방법도 알려져 있다. 밥을 지을 때 식용유 등을 한 스푼 넣어준 뒤 식히면 오일이 전분을 코팅해 저항성 전분으로 더 쉽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덜 익히는 것도 효과를 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파스타의 경우 알 덴테(al dente, 파스타의 심지가 완전히 익혀지지 않을 정도로만 삶기)로 조리할 경우 그만큼 상대적으로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은 상태가 된다. 애초에 파스타에 쓰이는 듀럼밀 자체가 단백질 비율도 높아서 꼭 탄수화물을 먹고 싶다면 파스타 면을 알 덴테로 익혀서 냉동시킨 다음 데워서 먹는 방법이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애초에 저항성 전분이 많이 든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귀리나 현미 같이 덜 가공된 곡물, 콩 종류, 덜 익은 과일류 등은 저항성 전분 함유량이 높은 편이다.
감자나 고구마의 경우도 저항성 전분 비율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불행히도 익히는 과정에서 그 저항성을 상당수 잃어버린다. 따라서 익힌 것을 얼렸다가 살짝 데워서 먹는 방법을 똑같이 응용해 볼 수 있다.
결론
자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영리한(?) 작자는 그동안 잘 안 사먹던 도넛을 사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이제 해동해서 먹으면 그냥 도넛 보다 소화가 덜 되고 열량이 낮아져서 덜 해로울 것 같.... 아니 잠깐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거기다 포화지방은 어떡하구?
그러니까 결론은 빵은 얼려도 빵이라는 점이다. 물론 만약 같은 양을 먹는다면 얼렸다가 녹여서 먹는 게 더 낫다는 말은 된다. 하지만 열량이 0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많이 먹지는 말자. 그래도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는 것은 큰 장점이기는 하다.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소득이 있긴 했다. 늘 밥을 한 번에 많이 지어서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식사 때마다 꺼내서 데워 먹는데 좋은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왜 살은 계속 찌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