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의 아라비아따치즈버거 세트에 관한 기록
아직도 탐험해 볼 만한 버거 가게가 주변에 있다는 건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이번에도 새로운 수제버거를 경험해 보기 위해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어떤 한 가게를 목표로 열심히 걸어서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데 어떤 글자가 쓰여진 종이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정기휴일
이 한마디가 적힌 종이가 문 앞에 붙은 것을 보기 전까진 기분이 참 좋았는데 말이다.
'아... 뭐지? 정기휴일인데 왜 안이 깜깜하지?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정기휴일이면 문 언제 여는 거지? 아니 잠깐, 오늘 문 안 연다는 건가? 어?'
이런 뭔가 망가진 듯한 이상한 생각이 잠깐 지나가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쩔 수 없이 그 가게 근처에 있는 맘스터치를 대안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나마 대안이 있어서 다행이긴 했다.
어쨌거나 맘스터치에서 안 시켜본 메뉴를 골라보기로 하고 결국 메뉴판에서 '아라비아따치즈버거'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서 세트로 주문해 테이크아웃 했다. 돌아오는 여정이 그다지 즐겁진 않았지만 그래도 버거니 맛있게 먹어봐야겠다.
띄어쓰기가 '아라비아따 치즈 버거'라고 쓰는 게 맞을 것 같긴 한데 홈페이지 공식 명칭이 이 따위(?)라서 이대로 쓴다. 아 너무 불편하다.
포장을 풀어보자
그리하여 식사 자리에 도착한 후 비닐에 들어있던 내용물들을 꺼내봤다.
맘스터치 아라비아따치즈버거 세트 패키지
당연히 예상도 했었고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저그런 프랜차이즈 버거 포장이었다. 기대도 안 해서 다행이다. 버거 상태만 괜찮으면 뭐 포장이야 아무렴 어떨까.
맘스터치 아라비아따치즈버거의 처참한 상태
버거 포장을 풀어보니 처참한 상태의 번이 보였다. 안 그래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망가진 번의 상태를 보자니 더더욱 기분이 잡쳐지는(?) 느낌이었다. 소스도 뒤범벅 되어있고 하여간 엉망진창이었다.
사실 횡단보도 신호 때문에 잠깐 달린 적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용물이 상당히 흔들리며 망가진 듯하다. 심지어 콜라도 좀 쏟아졌다. 번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음료 포장은 좀 더 신경 써야 할 듯 하긴 하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이런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망가진 것 자체에 불만을 가지진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맘스터치의 감자튀김
감자튀김은 비주얼적으론 맛있게 생기긴 했다. 하지만 바삭해 보이진 않았다. 좀 거리가 있었으니 눅눅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아라비아따치즈버거 세트의 맛과 식감
평소에 아라비아따 소스를 이용한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는 한다. 살짝 매운 칼칼한 맛이 느끼한 맛을 제대로 잡아주는 느낌이라 나름 좋아했던 소스다. 그렇기에 이 버거도 아마도 약간 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맘스터치 아라비아따치즈버거를 한 입 깨물어 먹은 상태
번은 좀 뻑뻑한 편으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좀 흔들려서 텍스처가 망가진 것이 약간의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갑자기 매운 맛이 확 올라왔다. 소스는 생각보다 많이 매웠다. 거기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특성과 기름처럼 잘 안 닦이는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이 말은 입술에 묻은 소스가 잘 안 떨어지고 계속 괴롭혔다는 의미다. 겨우겨우 입술에 묻은 소스를 휴지로 닦아도 다시 한 입 베어물면 또 묻어서 괴롭혔다. 결국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따끔함을 느끼며(?)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힘들었기에 다행히도 M은 아닌 모양이다.
소스의 맛 자체는 아라비아따 소스 그 자체였다. 그리고 좀 존재감이 강한 편이었다. 여기서 더이상 묘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치킨 패티는 닭다리살로 만들어져 있었다. 덕분에 부드럽고 육즙도 제법 있었다. 솔직히 패티는 치킨버거류 중에서도 상위를 차지할 만큼 맛있었다. 다만 고지혈증 환자의 마음 속 한 켠에선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치킨 패티 자체의 존재감은 닭고기가 있네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는데 밸런스 면에선 좋았다는 말이다.
치즈는 슬라이스가 아닌 별도의 모짜렐라 치즈 패티가 들어가 있었다. 점점 늙어가면서 모짜렐라 치즈에 대한 선호도 또한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그다지 마음에 드는 맛과 식감은 아니었다. 차라리 체다치즈가 훨씬 낫지 않았을까?
야채는 다른 프랜차이즈의 것과 비교해 그럭저럭 멀쩡한 것이 들어 있었지만 존재감은 그다지 없는 편이었다. 애초에 야채 자체가 적었으니 말이다. 양상추를 좀 더 넣고 여기에 토마토 하나 더 들어가면 딱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아라비아따 소스에도 토마토가 들어있으니 과해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다.
감자튀김은 후추와 기타 등등(?)의 시즈닝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약간 짠 편이었다. 그런데 아라비아따 소스의 매운 맛 덕분인지 좀 느끼함이 부각되어서 느껴졌던 듯하다. 물론 아라비아따 소스의 매운 맛을 중화시켜 주기엔 이런 감자튀김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버거와 감자튀김을 같이 먹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느끼함이 좀 불편했다.
결론
맘스터치의 아라비아따치즈버거는 무난하긴 했지만 입술이 좀 고통스러웠기에 자주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버거가 망가진 것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들고 오는 과정에서 잠깐 달려던 것은 분명 번이 망가질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즉 본인 책임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입술이 좀 아팠던 것은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깨끗하게 잘 먹는 스킬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것도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거론할 만한 단점이 하나 있긴 하다. 치즈 패티가 들어간 다른 프랜차이즈 버거들도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겠지만 그래도 세트가 9800원인 것은 문제 삼을 요소다. 비싸다는 말이다.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 대신 그냥 체다치즈를 넣어서 좀 더 싸게 만들면 더 나을 것 같다.
뭐 하여간 치킨패티는 마음에 들었다 정도로 마무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