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귀가 아프다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건강, 육아 // 2025년 11월 25일 작성

독감이 유난히 유행하는 계절이다. 뭔가 무미건조한 표현 같지만 어린이집과 소아과는 난리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방문한 소아과는 어딜 가나 환자들로 미어터졌고 의사도 기록적이라는 표현으로 독감이 유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아이가 열이 나느 상황이라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주제는 독감이 핵심은 아니다. 이 글의 주제는 귀의 통증이다. 거기다 애초에 고열이 났다고 병원을 방문하면 독감 판정 받을 확률이 그렇게 높지도 않고 말이다.

처음 겪는 아이의 비정상적인 증상

어느날 밤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만 딱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가볍게 여겼다. 아이도 그다지 힘들어 하지 않았고 잘 먹고 잘 자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이가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한다. 뭘 먹을 때마다 목 주변이 아프다고 말이다. 이 표현으로 아이가 목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늘 한산해서 메인(?) 소아과가 북적일 때마다 대안으로 자주 가던 소아과였지만 이 날은 여기도 환자들도 북적였다. 역시나 독감이 유낙히 유행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여기에 수족구까지 유행하며 여기 저기 아이들이 열이 나고 울고 불고 아주 전쟁통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대기하여 겨우 진료 받을 차례가 되었다. 아이가 이야기 했던 것을 의사에게 그대로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직접 표현해 보라며 증상 설명을 유도했다. 아이는 딱히 별다른 이야기는 없고 '목이 아파요' 정도의 이야기 뿐이었다. 그래서 의사도 아이의 목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면 의사의 소견으론 목에 염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늘 그랬다시피 콧물이 목을 타고 흘렀던 게 관찰될 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병인 것일까? 의아해했지만 내심 목에 염증이 없다는 것에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그날 밤에 열이 다시 올랐다는 점에서 시작한 듯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아이가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했다.

갑자기 귀가 아파? (Josef Pichler / Pixabay) 갑자기 귀가 아파? (Josef Pichler / Pixabay)

행동으로 볼 때 귀 통증은 장난이 아닌 듯했다. 특히 뭘 먹을 때마다, 청소기를 돌릴 때 등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귀가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비주기적으로 통증이 몰려오는지 갑자기 놀래면서 울 때도 있었다. 이는 지금껏 보며 처음 겪은 격한 반응이었다.

여기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처음에 목이 아프다는 표현은 아이의 착각이었던 듯하다. 그러니까 실제론 귀가 아팠지만 귀 근처의 턱이 아픈 것처럼 느꼈던 것이지 않을까? 따라서 통증이 심해지기 전날 부터 이미 귀에 뭔가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

병원을 방문하자 명쾌해졌다

귀 통증이 심해진 그 날은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은 일요일이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문을 여는 멀리 떨어진 한 병원 정보를 찾아내 아이와 함께 차를 몰고 찾아갔다. 역시 신도시는 이런 참 좋은 인프라가 있구나 하며 약간의 한탄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거기엔 난민촌이 펼쳐져 있었다. 안 그래도 일요일에 문을 연 몇 안 되는 병원인 데다 독감과 수족구 더블 유행 콤보에 마침 성인 진료도 하는 병원이었으니 당연히 내부는 환자로 북적였고 그러다보니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환자들이 복도에 대기하며 마치 난민촌(?) 같은게 생겼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니 역시 대기도 오래 걸렸다. 아마 3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아이가 잘 견뎌준 것이 고마웠다.

긴 대기를 뚫고 드디어 의사와 마주했다. 이제 통증의 범위가 명확하다. 아이도 부모도 합심으로 "귀가 아파요 찡찡" 소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도 이에 맞장구라도 쳐주려는 듯 귀 내시경부터 들이댔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한 쪽 귀에 중이염이 왔다. 그것도 거대한 애벌레가 고막 속에 들어가 있는 양 퉁퉁 부어있는 빨간 귀 속이 보이는 난생 처음 보는 심해진 중이염의 광경이었다. 이러니 아플만 했을 거다.

이 사진의 급성 중이염과 닮은 모습이었다 (메디컬월드뉴스) 이 사진의 급성 중이염과 닮은 모습이었다 (메디컬월드뉴스)

의사의 판단은 중이염에서 따로 뭔가 더 붙은 단어는 없었다. 단지 지금껏 자주 겪어왔던 중이염과 비슷한 처방을 받았다. 항생제가 핵심적으로 섞인 감기약 말이다. 지금껏 이런 처방으로 잘 치료해 왔고 이번 처방도 적절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확한 진단명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뇌피셜이다. 하지만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일단 통증을 느끼기 전 아이가 열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다. 이 경우 감기 바이러스나 혹은 난리통에 코로 들어온 세균들이 귀의 중이에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켜 중이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하는 중이염을 '급성 중이염'으로 분류해서 부르기도 한다. 다음 세 가지의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서다.

물론 아이가 늘 걸렸던 게 급성 중이염 같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만성 중이염이나 화농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같은 것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대부분의 감기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것은 급성 중이염일 것이고 여기서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통증 외에는 크게 걱정할 건 없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병원에 갈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급성 중이염은 통증을 수반하기도 하며 심할 경우에는 아이가 상당히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아이가 통증을 격하게 호소하는 것을 보니 중이염도 쉽게 넘길 병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응급실에 갈 수준은 아닐 확률이 높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럴 때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는 사정이라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이에 관해 찾아보다 아래의 두 가지 방법이 괜찮게 느껴졌다.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해열진통제 복용이 있었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유명한 해열제이자 진통제다. 중이염의 통증에도 분명 효과가 있다. 나름 안전한 약이니 나이에 따른 적정 용량과 4시간 이상의 복용 간격만 잘 지키면 부작용 걱정도 별로 없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는 좋았다. 최근 미국의 어떤 할아버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만 애초에 믿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니....

이밖에 보조적 수단으로 귀 온찜질도 알게 되었다. 핫팩이나 따뜻한 수건 등 여러 방법으로 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귀의 통증 감소에도 도움이 되고 혈류 개선으로 자가 면역에 의한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그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지만 실제로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며 효과를 보기도 했다. 다만 저온 화상에는 조심해야 할 거 같다.

물론 위 내용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므로 병원에 방문할 수 있다면 병원에 바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뒤로

아이는 병원에 다녀 온 다음 날이 되어서야 좀 진정한 듯했다. 여전히 통증은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견딜 만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어딘가 집중하면 통증을 못 느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단지 약이 쓰다며 먹는 걸 거부하는 걸 억지로 먹이기 위해 집에 있던 모든 젤리 간식을 동원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을 뿐이다.

마무리로 이 글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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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enn (Konrad Seo)
개발자 주제에 경제나 먹거리 관련 글을 주로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