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은 중국에 먹혔는데 그렇다면 ESS 산업은 투자할 만할까?

경제, 금융, 용어 // 2025년 10월 28일 작성

얼마 전부터 어딘가의 언론에서 갑자기 "ESS에 투자하라"는 주장이 계속 들렸다. 2차 전지 주식에 투자했다가 피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그다지 좋게 들리지는 않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편견일 수도 있는 법이라 과연 이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어떤 기업이 이에 해당하는지 상식 수준으로 간단히 조사해 보기로 했다.

ESS가 뭐야?

ESS (삼성SDI) ESS (삼성SDI)

ESS는 'Energy Storage Solution'의 약자로 한국어로 번역해도 '에너지 저장 솔루션' 정도로 번역하는 의미가 별로 없는 단어 같다. 여기서 과격하게 축약하면 '초 대용량 배터리'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 여기서 배터리는 당연히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일 테고 말이다. 아 안 좋은 기억이 또....

다만 이름에 'Solution'이 들어간 만큼 단순한 초대형 배터리는 또 아니다. 초대형 배터리에 교류 직류 변환, 배터리 상태 관리, 전체 시스템의 충방전 관리 시스템 등이 함께 들어가는 '초대형 배터리와 지원 및 관리 시스템'이라고 써야 맞을 것이다.

이런 ESS는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제멋대로다 보니 이를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발전된 전기를 대용량 배터리에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 쓰는 식이어야 할 거다. 이 경우 ESS가 적당한 에너지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밖에도 ESS는 전령망 안정화나 비상 전력 확보 등의 용도에서도 쓰이고 있다고 하니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을 만한 장치이긴 하다.

그렇다면 ESS 산업의 미래는 밝은 걸까?

단적으로 '그렇다'라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지식으로는 크게 두 가지 수요 그룹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바로 기후위기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크게 느끼는 국가일 수록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테고 다른 국가에도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안정화 시켜줄 ESS의 수요 또한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AI 산업이다. AI에는 당장은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이 대규모의 전기가 소모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원자력발전소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문제는 원전은 지어서 가동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든다는 점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이 경우에도 신재생에너지를 당장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ESS의 수요를 늘리게 될 것이다.

즉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에 발맞춰 ESS의 수요 또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ESS를 잘 만드는 나라나 기업이 있을까?

ESS는 2차 전지가 잔뜩 들어가는 대용량 배터리 클러스터다. 결과적으로 2차 전지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ESS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2차 전지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어쩔 수 없이 중국을 꼽을 수밖에 없다. 당장 CATL이라는 중국 1위이자 전세계 1위 기업만 꼽아내봐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다. 거기다 중국 2위인 BYD를 합하면 2차 전지 시장은 중국이 전세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ESS 시장 점유율 또한 중국 기업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도 여기에 끼일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한국 배터리 3사 즉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 On은 이미 2차 전지로 유명하다. 당연하게도 ESS 산업에서도 이 3사의 이름이 빠지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가 ESS 산업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전기차 사업을 하다 보면 2차 전지를 다루게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생기는 노하우를 접목하면 ESS 사업에 유리한 점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안 그래도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유리한 점이고 말이다.

뭐야 ESS도 중국이 다 먹었어?

안타깝게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안 그래도 강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파워업 시키는 요소이며 이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제조업을 붕괴시키는 중이다. 2차 전지나 ESS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밀도인 LFP 소재 위주인 반면 한국은 NCM 등 고밀도 소재 배터리 위주라는 점은 분명한 차이다. 이 차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면 한국산 제품이 눈길에 들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다. 특히 양쪽 다 화재 사건이 부정적 이슈로 크게 작용하는 만큼 얼마나 안정성을 높이느냐가 선택 사유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참고로 최근 한국에서도 LFP 쪽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는 하다.

거기다 요즘은 국제 무역에 안보 요소가 끼이면서 조금은 다른 시각도 생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든 손보기 위해 안보와 무역을 결합시키고 있다. 단순하게 말해서 중국산 부품이나 제품을 사용할 경우 수수료나 관세 등의 제제를 부과하거나 아예 수입 금지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대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서방 기술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걸 막기도 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배터리나 ESS가 미국 혹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나라들에서 수요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한국산 제품이 과연 순수한 한국산인지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산 소재나 부품이 쓰인다면 그만큼 불리함 또한 생긴다는 말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아마도 현실적으로 한국산 제품에서 중국산 소재나 부품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중국에는 관대해지는 트럼프'의 모습은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요소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쨌든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든 치워 버릴(?) 수만 있다면 한국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가 있다.

결론 및 여담

좀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긴 하지만 대충 이런 결론을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ESS 산업은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한국 기업의 성장 여부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여하에 달려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짧은 생각이다. 하지만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ESS도 하면서 2차 전지 열 관리에 능숙하다고 들리는 어떤 기업의 주식을 소액으로 소수점 적립해 보고 있다. 물론 재무제표도 제대로 안 봤기 때문에 그냥 투기성이긴 하다. 참고로 이 투기는 손해는 안 봤지만 도중 안 좋은 실적 소식이 전해지며 전량 익절했다. 그리고 나서 후회하며 다시 진입 시점을 재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이 어쨌든 투자 판단은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하자. 여기는 개인 블로그지 리딩 사이트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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