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발표된 정부의 국내투자 활성화 및 외환시장 안정화 세제지원 방안
최근 정부에서 원화 약세의 원인이 '서학개미의 미국 직접 투자' 때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화제가 되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정부에선 원인 중 하나로 직접투자를 지목한 것 같은데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장투자가 원화약세의 핵심 원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좀 황당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와중이라 혹시 미장 시세차익에 메겨지는 양도세가 강화되는거 아닌가 하는 추측이 돌았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 정부에 호의적인 나부터 반발했을 정도로 보통 일이 아닌 사태가 났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심 조마조마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정부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 정책으로 유인하기로 한 모양이다. 오늘 갑자기 발표된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및 외환시장 구조적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발표'라는 보도 자료를 보면 말이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 타이틀
이 방안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고 내 방식으로 정리해 보자.
국장 복귀 시 양도세 추가 감면
첫 번째는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 즉 국내투자 복귀용 계좌를 도입하고 보유하던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이 금액을 환전해 RIA로 보내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 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특정 금액까지 추가로 감면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 중이던 미국주식을 팔고 국장에 복귀해 장기투자 할 경우 미장 수익에서 최대 5천만 원까지 세금을 떼지 않겠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매도 및 환전 후 국내주식 투자까지의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이 양도소득세 감면액이 점점 더 줄어들 수도 있으니 서두르는게 좋다는 식으로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느껴진다.
최대한 빠르게 달러를 팔고 원화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세금 왕창 깎아줄 테니 빨리 돌아와 주세요 잉잉
얼마나 급하면 이렇게 시간적 제약까지 두는 걸까. 물론 금액이나 시기에 대한 건 아직 확정이 아니니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용 환헤지 지원
두 번째는 미국주식에 투자 중이면서 원화가 갑자기 강세로 갈 경우 개인투자자는 환손실로 인한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인용 환헤지 상품을 출시하고 여기에 양도세 추가 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느껴진다.
세금 좀 깎아줄 테니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가지고 있는 달러 좀 팔아주세요 잉잉
정확히는 개인용 선물환의 도입이라 다른 의미겠지만 뭐 크게 틀린 느낌은 아닐 것 같다.
이 방안은 미국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일 수도 있다. 다만 현재의 원화 약세가 뒤집어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해외자회사 배당금 송환 세제 할인
마지막 부분은 개인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워낙 용어가 어려워서 대충 넘어가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비워놓기는 그래서 대충 이해해서 정리해 본다.
그러니까 국내모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을 위한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한다고 한다. 여기서 익금불산입률은 수익에서 제외되는 금액 즉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액'으로 이해가 된다. 즉 배당소득세 이중과세를 없애서 사실상 법인세를 좀 더 깎아준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틀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느껴진다.
세금 좀 깎아줄 테니 해외자회사가 보내준 달러 좀 팔아주세요 잉잉
급하긴 급하다. 하긴 하루 하루가 위태로우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방안일 뿐이다.
이 '달러 좀 빨리 팔아주면 세금 깎아줄게요'라는 방안이 발표된 덕분인지 이날의 환율은 제법 크게 떨어졌다.
이 방안이 발표된 날의 원달러 환율 (토스증권)
그만큼 기대감이 있는 방안이라는 증거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위에서 언급된 정확한 수치나 비율 등은 아직은 예제일 뿐 확정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이번에 발표된 것은 방안 즉 미완성본(draft)이다. 따라서 관심이 있다면 이 방안이 실제로 어떻게 완성되어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부가 정말 급하긴 급한가 보다. 하지만 이번 방안들은 모두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 유인책이라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며 불만을 가질 이유 또한 없을 것 같다. 특히 RIA 계좌 도입으로 인한 세제혜택은 기존의 20배 정도나 되니 꽤나 크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 의미도 있을 것 같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보이긴 한다.
아마도 정부의 대응은 이걸로 끝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아직 남은 변수가 하나 있는데 WGBI 편입 이슈가 있다. 추가 대응들과 함께 이게 잘 진행되면 국내에 제법 달러가 들어올 테고 원화 약세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환헤지도 그렇고 국내주식으로 돌아오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좋은 시기일 지도 모른다. 다만 '모른다'는 게 문제일 뿐이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책의 수혜를 입을 만한 수준이 못 되니 하다못해 달러 배당금이라도 환전해서 생활비로 써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뭐... 괜찮을 것 같다.